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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8)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 허규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4. 12. 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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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8)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 허규 신부

 

대림 제2주일(마르코 1,1-8)
발행일 : 2014-12-07 [제2922호]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우리가 오늘 듣는 제1독서는 이사야서 40장입니다. 이사야서는 일반적으로 세 부분, 제1이사야(1-39장), 제2이사야(40-55장) 그리고 제3이사야(56-66장)로 구분됩니다. 우리가 들은 이사야 40장은 제2이사야에 속하는 부분으로, 유배시기에 놓여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보내진 예언입니다. 이런 까닭에 이사야 40장의 시작은 유배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하느님의 위로를 전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고국을 떠나있는 그들에게 다시 하느님께서 주신 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대림시기의 둘째 주일에 위로와 희망의 소식을 듣습니다. 마치 기다림이 보속과 절제, 회개와 통회로 점철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것은 위로의 시기이자 희망의 시기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베드로 2서의 말씀 역시 비슷합니다. 종말에 대해 말하면서 그때에 있게 될 심판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역시 위로의 말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미루신다고 생각하지만 주님께서는 약속을 미루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여러분을 위하여 참고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종말과 심판에 대한 언급에서도 강조되는 것은 회개를 바라는 주님의 원의입니다. 지금 주어진 시간은, 종말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한 것들을 고쳐나갈 수 있는, 곧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입니다.

물론 우리가 기다리고 기념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시고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신다는 것이지만, 이 시간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가능성의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준비할 수 있는, 되돌아보고 바뀔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의미에서 종말을 기다리는 자세와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자세는 비슷합니다.

마르코 복음의 시작에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하느님 역시 당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기 위해 ‘준비’하셨다는 점입니다. 이사야서의 내용을 인용하는 복음에서 말하는 것은 예수님을 준비할 세례자 요한을 보내셨다는 것이고, 그는 예수님의 길을 준비하는 사명을 실천합니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 그의 사명은 예수님의 업적을, 그의 구원을 미리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 역시 예수님의 탄생을 이렇게 준비하셨습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이 시간에 ‘나의 삶’을 돌아본다는 것이 항상 쉽고 즐거운 일만은 아닙니다. 현대 사회는 ‘다른 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라’고 사람들에게 요구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성찰이나 회개라는 말은 조금은 구시대적인, 또 손해보는 듯한 말처럼 들립니다. 외적인 아름다움이나 화려함만이 아닌 내적인 아름다움과 굳건함 역시 필요합니다. 대림시기는 그동안 마음 쓰지 않았던 우리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이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위로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가능성의 시간을 놓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인권주일이기도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 누구에게나 당연히 주어진 권리입니다. 나의 인권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이들의 인권을 존중해주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이태리 로마 성서대학(Pontificio Istituto Biblico) 성서학 석사학위를,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에서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허규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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