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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 새해의 첫날 / 허규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4. 12. 2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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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 새해의 첫날 / 허규 신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루카 2,16-21)
발행일 : 2015-01-01 [제2925호, 18면]

 

 

새해의 첫날입니다. 교회는 이날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냅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호칭은 성모 마리아에게 부여된 가장 오래된 호칭 중의 하나입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성모님을 생각하며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새롭게 주어진 한 해라는 선물을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루카 복음은 성탄 시기를 지내는 우리에게 구원자의 탄생을 다시 기억하게 합니다. 이미 예수님의 탄생 예고에서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루카 1,31)는 가브리엘 천사의 알림은 예수님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오늘 그것이 실현되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여드레가 차서 아기에게 할례를 베풀게 되자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그것은 아기가 잉태되기 전에 천사가 일러 준 이름이었다.” 천사를 통해 전해졌던 하느님의 계획은 이렇듯 실현되어 갑니다. 아기의 탄생과 그의 이름을 정하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 모두 실현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마리아와 주위의 사람들이 두려움을 갖게 했던 예수님의 탄생은 실제로 모두 이루어졌고, 이제 그 아기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계획한 구원을 이루어 갑니다. ‘두려움’으로 시작되었던 일들은 하나씩 의미가 밝혀지고 이 모든 것들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통해 기쁨으로 바뀌게 됩니다.

갈라티아서는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 두려움에 하느님을 마주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구약 성경 시대의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더 나아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변화입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해서, 내가 남들보다 잘나서, 또는 내가 특별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단지 믿음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라고 불릴 수 있고, 이것이 우리를 특별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 특별함은 무엇을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로서 살아가기 위한 것입니다. 자녀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자녀로서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된 이들은 새로운 자격에 맞게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현하신 것처럼, 우리 역시 자녀의 자격에 걸맞게 행동하는 것이 새해의 첫날 우리에게 주어진 말씀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새해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결심과 다짐을 합니다. 비록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결심은 조금씩 약해지기도 하지만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생활 안에서의 결심들, 그 안에 신앙을 위한 결심과 다짐도 담겨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새해에는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 우리네 관습입니다. 새해 인사와 함께 한 해의 복을 빌어주고, 또 건강을 기원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전하는 내용은 이런 면에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해 보입니다. 개인적인 새해의 인사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축복과 은혜와 평화. 올 한해 우리 안에 이런 주님의 열매들이 풍성하기를, 그리고 우리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도 이 풍성함이 전해지기를 희망해 봅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이태리 로마 성서대학(Pontificio Istituto Biblico) 성서학 석사학위를,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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