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철 신부의 신약여행] <15> 요한복음(상)
말씀이 사람이 되신 강생에 관한 복음
요한복음은 영적인 복음서다. 제4복음서 요한복음의 저자는 독수리로 상징된다. 마태오복음 저자는 사람, 루카복음 저자는 황소, 마르코복음 저자는 사자로 비유했다.
네 종류의 생명체와 4복음서를 비교하는 것은 묵시록 4장 7절에 근거한 것이다. 천상 예배 중에 네 생명체가 등장한다. 묵시록 4장 7절의 배경은 에제키엘서 1장 10절에 근거한다. 에제키엘 예언자가 크바르 강가에서 하느님의 환시를 봤는데 하느님을 태운 병거가 네 생명체에 의해 운반되고 있었다. 네 생명체의 얼굴 형상은 사람의 얼굴, 사자, 황소, 독수리 얼굴 모습이었다. 교부들은 에제키엘서에 근거해 묵시록에서 인용된 이 천상 예배 때 등장하는 생명체를 복음서 저자들과 동일시했다.
요한복음은 영적인 복음서라는 이유 때문에 나자렛 예수에 대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지는 못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요한복음은 영적이고 심오하면서도 예수님 생애를 이해하는 데 소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요한복음과 공관복음의 신학적 차이를 비교하면 공관복음의 주제는 하느님 나라다. 요한복음이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는 영원한 생명이다.
요한복음은 근본적으로 영원한 생명을 주제로 하는 복음인 동시에 몇 가지 언어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요한복음은 빛과 어둠, 진리와 거짓, 위와 아래, 자유와 속박, 생명과 죽음 같은 서로 대립하는 어휘를 쓴다. 이 어휘들은 이원론적 관점을 갖는다. 대립적인 어휘를 즐겨 사용하는 요한복음은 이 세상을 정말 이원론적으로 보고 있는가.
요한복음이 쓰인 장소는 에페소다. 에페소는 그리스 철학이 지배적인 곳이다. 플라톤 철학이 에페소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 대부분 국가에 영향을 미쳤다. 플라톤 사상은 이원론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
예수는 당신이 이 세상으로부터 오지 않고 위에서 왔다고 한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아래 세계에 속해 있다고 선언한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한다면 위에 속한 분과 일치해야 한다. 요한복음은 시간적으로는 위와 아래라는 차원을 함께 아우르면서 영원한 말씀이신 예수의 진리를 우리에게 전파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요한복음은 예수님을 표현하는 데 로고스(말씀)라는 개념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하느님 말씀을 가리킨다. 영원한 말씀이신 로고스가 이 세상에 오셔서 살을 취하고, 사람이 되셨다는 것이다. 만물이 그분을 통해 창조됐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로고스를 통해 생겨났다.
요한복음은 로고스를 생명과 연결시킨다. 로고스의 본질은 생명이다. 생명이
신 로고스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이 세상은 로고스라는 생명을 통해 창조됐다. 그분 안에 참된 생명, 빛이 있다.
하느님은 생명을 증언할 증인들을 이 세상에 보내셨다. 처음 등장하는 사람이 요한 세례자다. 하느님도 예수님을 증언하고 있다. 그 다음 모세오경이 예수를 증언하고 있다.
요한복음은 사람들이 빛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이 빛을 받아들이고 깨닫도록 우리에게 진리에 대해 증언할 증인을 보내주신 것이다. 요한복음은 바로 생명에 대한 증언의 책이다. 빛을 증언하러 온 첫 증인, 요한은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요한복음은 처음부터 증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증인이 증언을 하는 것은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말이 옳다는 것을 목숨으로까지 입증해야 한다. 증인은 순교자가 되는 것이며 증언은 순교하는 것이다.
요한 세례자 역시 빛을 증언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목숨을 바치게 된다. 증언을 받아들여 하느님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인 사람에게 하느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신다. 하느님의 자녀라는 신분은 인간의 욕망이 아닌 하느님에게서 난 것이다.
요한복음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고 말한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은 말씀이 살(육신)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육화(강생)라고 말한다. 요한복음은 육화(강생)에 관한 복음이다.
요한복음의 머릿글은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라고 시작한다. 이것은 창세기 1장 1절에 나오는 구절과 같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해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하느님은 말씀을 통해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하느님이 말씀을 통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것은 사도 바오로 서간에도 등장한다. 사도 바오로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있고, 우리도 그분으로 말미암아 존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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