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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김아름 우승컵에 키스 (포트오브스페인<트리니다드토바고>=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의 주장 김아름이 시상대 위에서 우승컵에 키스를 하고 있다. 2010.9.26 << 국제뉴스부 기사참고 >> eddie@yna.co.kr |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한국축구가 세계 무대에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1948년 런던 올림픽 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월드컵에서는 1954년 스위스 대회 때 선을 보였다
이후 56년이 지난 2010년 9월, 한국축구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우승이라는 새 역사가 쓰였다.
세계 제패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 선수들이 먼저 해냈다. 그것도 17세 이하(U-17) 소녀들이 한국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장식했다.
한국 U-17 여자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2010 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숙적 일본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축구가 FIFA 주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4강에 오른 적도 1983년 멕시코 20세 이하(U-20) 월드컵(당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그리고 올해 독일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에 이어 U-17 여자 대표팀이 역대 네 번째였고, 결승 진출조차도 이번이 처음일 만큼 FIFA 대회는 한국축구에 그리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었다.
한국축구 대표팀이 그동안 FIFA 주관 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지소연(한양여대)을 앞세운 20세 이하(U-20) 여자대표팀이 지난달 독일에서 끝난 U-20 여자 월드컵에서 작성한 3위였다.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나 저변을 생각하면 세계 제패는 `기적'이나 다름없다.
한국 최초의 여자축구대표팀이 꾸려진 것이 불과 20년 전이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그해 창단된 3개 대학팀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아시안게임 출전 개막을 앞두고 동대문운동장에서 일본을 상대로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1-13 패배. 사흘 뒤 같은 장소에서 치른 일본과 두 번째 친선경기에서도 0-5로 졌다.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0-7 패), 일본(1-8 패), 대만(0-7 패), 중국(0-8 패)에 잇달아 대패하고 나서 홍콩을 1-0으로 이겨 겨우 A매치 첫 승리를 올리며 6개 팀 중 5위를 차지했다.
이후 1993년 대한축구협회 내 여성분과위원회가 구성돼 여자축구의 발전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창립된 것은 2001년의 일이다.
8월 현재 대한축구협회 등록 팀과 선수는 65개 팀 1천450명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 U-17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고등학생인데, 고교 등록 선수는 고작 345명(16개 팀) 뿐이다. 345명에서 21명을 뽑아 세계 제패의 위업을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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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골잡이' 여민지 골든볼 수상 (포트오브스페인<트리니다드토바고>=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의 골잡이 여민지(17)가 대회 최우수상격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2010.9.26 <<국제뉴스부 기사참고>> eddie@yna.co.kr |
한국 여자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르며 갖춰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투자와 관심도 늘면서 일취월장하고 있다.
2003년에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해 그해 미국 여자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다. 한국여자축구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참가였다.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제1회 U-17 여자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올랐고, 월드컵 무대는 아니지만 지난해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제25회 하계유니버시아드 결승에서는 일본을 꺾고 역시 대회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며 한국 여자축구의 잠재력을 알렸다. 올해 U-20 여자 월드컵에서는 3위에 올랐다.
그리고 U-20 여자 월드컵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동생들이 더 큰 일을 냈다.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선수권대회에서 일본, 북한 등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대표팀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최강자로 우뚝 섰다.
조별리그에서 여자축구 세계 최강인 독일에 0-3으로 졌을 뿐 나이지리아, 스페인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결국 일본마저 다시 제압하며 정상을 밟았다.
한국은 비록 내년 독일에서 열릴 여자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지만, 이번 U-17 여자 월드컵에서 빼어난 기량을 보여준 여민지(함안대산고)를 비롯해 U-20 대표팀 주포 지소연 등의 플레이가 절정에 이를 2015년 월드컵 때는 성인 무대에서도 세계적 강호들과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품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