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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예측’을 설명하는 스승 예수 - 윤경재

오늘의 복음

by 巡禮者 2010. 8. 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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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예측’을 설명하는 스승 예수 - 윤경재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 또한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 (마르6,7-13)

 

 

미국 심리학 교실에서 재미난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성공한 CEO와 청소부를 벌거벗게 하여 같은 방에 머물게 했을 때, 누가 청소부이며 누가 CEO인지 알아맞히는 실험입니다. 그 둘은 모두 대학 교육을 받았으며 잘생긴 외모하며, 출신 환경이나 IQ 등은 거의 비슷한 조건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한 눈에 알아보기는 어려웠지만, 각자 얼마간의 시간을 주고 면접과 대화를 나누게 하니 대부분의 사람이 누가 누구인지 알아맞혔다고 합니다.

이 실험 결과의 의미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외모나 옷차림 등 첫 인상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 풍기는 개인의 자질이 더욱 의미 있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두 피험자의 태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차이는 컸습니다. 청소부는 벌거벗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모든 대화와 태도가 불편함을 토로하는 등, 자기중심적이고 불평불만을 호소하는 데 기울었지만, 성공한 CEO는 굴욕감을 느끼는 것을 직접 표현하기 보다는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상대방도 괴로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두 피험자가 실험을 마치고 떠날 때 약간의 보수를 주었는데 청소부는 자기가 큰 수모를 겪었으니 받을 빚을 당연하게 받았다는 태도를 보였으며, CEO는 자기는 아무 일도 한 것이 없으니 그 보수를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면서 오히려 연구 팀에게 되돌려 주었다고 합니다. 

실험 사후보고서에 나온 평가는 한 인간의 성공은 외모와 교육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그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좋고 나쁜 평가에 달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피험자는 아무것도 없는 벌거벗은 상태에서도 제 성품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성공한 CEO는 우선 자신의 생각보다 남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했으며 그 태도를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해하지 않고 빚을 저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평가서 말미에 아마도 그 CEO를 다시 만나 그가 무엇을 부탁하면 대부분 들어줄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와 달리 청소부는 요즘 말로‘나뿐 사람’이었습니다. 매사에 나뿐인 사람이었다는 유머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대화에 쓰는 말이랍니다. 모처럼 오랫만에 정말 배울만한 단어입니다.

오늘 복음 내용에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권하는 내용도 바로 이와 같습니다. 자신을 위해 무엇을 소유하거나 미래의 불행을 염려하여 준비하는 자세보다는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마음에서 남을 배려하고 상대방이 오히려 빚을 졌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복음 선포는 제자들의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공짜로 베풀어야 하는 것입니다. 병자를 고쳐주고 마귀를 쫓아내는 일도 자신이 보수를 받을 일이 아니라 나중에 그 빚을 다른 사람에게 되갚으라는 의미로 씨를 뿌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적에 발밑의 먼지를 털라는 말씀도 그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라는 지시가 아니라, ‘거슬림의 바늘’을 지니고 다니지 말고 즉시 털어내라는 가르침입니다. 

사람들 마음의 피부는 바람이 잔뜩 들어간 얇은 풍선과 같아서 ‘거슬림의 바늘’로 약간만 긁어도 뻥하고 터지는 불상사가 생기게 됩니다. 무심결에 누군가를 작은 ‘거슬림의 바늘’로 찌른다면 내면에서 터지고 피 흘리는 자아는 자신의 주인에게 “저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 마세요. 너무 위험한 존재예요.”라고 속삭일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청중의 마음을 얻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들 스스로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중에라도 빚을 갚아야 할 대상이라는 의식을 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복음 선포자는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남을 배려하고 상대의 필요를 예측하여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도움을 주는 태도를 온몸으로 보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 태도가 바로 영의 가난입니다. 

이런 태도를 위의 실험을 실시한 심리학자는 ‘감성 예측’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상대방의 감성을 읽어 내어 필요한 것을 베풀어 주는 능력은 어떤 상황,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위 실험에서 증명 되었습니다. 비단 사회적 성공과 행복만이 이 능력의 결과가 아닙니다. 영적인 기쁨과 하느님 나라의 구현에도 이 능력은 발휘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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