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결코, 지울 수 없는 '인연'

영상글

by 巡禮者 2012. 5. 21. 09:09

본문

 

 

 

 

결코, 지울 수 없는 '인연'

 

바람이 없어도 낙엽은 내려 도량에 쌓인다.

마를 대로 마른 낙엽의 낙하는 소리가 없다.

집착을 가지기에도,

지난 여름날의 영화를 돌아보기에도

낙엽은 너무 가볍다.

육신의 무게만을 던 것이 아니라

상념의 무게까지도 모두 놓아 버린

낙엽의 모습이

서늘하게 가슴을 헤집고 들어온다.

그것은 일체를 버린

불교적 의미의 해탈이었다.

 

낙엽이 뉘 발길에 밟히기 전에 나가 도량을 쓸었다.

낙엽이 쓸릴 때마다

도량에는 빗살의 무늬가 물결처럼 남겨지고

그 위를 또 낙엽이 내려와 덮었다.

쓸어도 쓸어도

낙엽의 자취를 지울 수 없는 도량에 서서

나는 '인연'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어느 날 원효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설총이 찾아 왔다.

자기를 버리고 간 아버지를 찾아간 설총의 응시에

원효는 빗자루를 던지며 마당을 쓸라고 했다.

바람 낳은 가을 날,

설총은 마당을 쓸고 또 쓸었지만

낙엽은 내리고 또 내려

설총의 비질이 지나간 자리를 덮고 또 덮었다.

설총은 아버지인 원효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한없는 원망과 의문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자기를 버린 아버지인

원효의 비정에 대한 원망과

쓴 자리가 없는 자리에 남겨지는

비질에 대한 의문이었다.

설총의 긴 응시에 답하듯

원효는 마침내 닫았던 입을 열었다.

그것이 인연이라고,

인연은 지우려 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것이라고...

 

중략......

 

우리는 지금 참으로 비정한 세월을 살고 있다.

옛날과 달리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 없다.

누구라도 만나면 반갑던 시절은

이제 지나가버린 것이다.

수많은 인연을 만나지만

우리는 그냥 무심히 지나치고야 만다.

그것은 우리들의 삶이

그만큼 불행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나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부모로서, 형제로서, 친구로서, 부부로서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눈먼 거북이

바다에서 나무토막을 만나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다.

그 소중하고 귀한 인연을

우리는 너무 등한히 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그대는 어떠한 인연 속에 있는가 돌아보라.

행복은 그렇게 맺어진 인연을 소중하게 보듬고,

맺어질 인연에 대하여 진실을 내보일 싹트리라.

 

성전(옥천암 주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