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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해줘서 고마워요(동목 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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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1. 8. 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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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해줘서 고마워요
정직하지 못했던 나를 돌아보면
부끄러운 두 개의 얼굴을 봅니다
자꾸 놓아주기 싫고 아쉬워지는 것들에게 현혹되어 
뒤뚱거리곤 했습니다
이미 지나가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을 인정하도록 해요
이별은 혼자만의 사슬입니다

그때 그 시절은 바래어가고
더 칠할 수도 
싫다고 지울 수도 없어요
슬픈 인연의 날개 저으며 비가 되기도 하고
비둘기처럼 소리 없이 울기도 하지만

서러울 이유 하나 
더 사랑할 수 없었던 나를 후회하는 일입니다
빠른 걸음으로 앞서서 여기까지 오니
우리가 뿌렸던 진실은
더디게 더디게 파란 잎으로 자랐습니다

날마다 지하수 한 컵씩 들이키고
토스트에 구운 빵 한 조각 나누는 일에
행복한 당신의 음악, 덤인냥 얹어 주세요
치렁치렁 걸쳤던 보석도
명품 코트도 이젠 무겁기만 합니다
평범한 청바지를 걸치고
손 체온 맞잡고 
먼지나는 시장길을 함께 걷고 싶습니다

상추를 꺾으니 뽀얀 젖이 
우리가 처음 만났던 설렘 같아요
방울 토마토가 사랑의 환희처럼 빨갛게 
입안을 물들여요 
과거 때문에 초라한 현실을 더 비교하지 마세요
어제와 미래는 우리를 기다리지 않아요
운명 같은 이 시간을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요

어제가 그리움이라면 내일은 어쩌면 다시 오지 않는 꿈일지도 모릅니다 성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균형을 잃지도 말자고요 있잖아요 어둠에 그냥 물들어가듯 바위틈에 부딪히는 물결처럼 자연스러운 사랑의 마찰에 예민하지 마세요 당신, 고백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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