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나에게 말했습니다.
저 나무를 만났습니다.
저 나무 어렸을 때
누군가 그 어린 몸에 철조망을 묶었나 봅니다.
나무가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으니
그리고 잊어버렸나 봅니다.
나무가 자라면서 그 철조망은
나무의 몸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결국 나무는 관통하는 철조망을 가진 몸을 가졌습니다.
사람들은 무심히 저 나무 곁을 지나갑니다.
나무가 아프다고 끙끙 않는 소리를 내지 않으니
우리는 나무의 고통을 모릅니다.
그러나 나무도 아픈 표정은 짓습니다.
철조망이 들어간 나무의 몸입니다.
입을 내밀고 있는 나무는 여간 고통스러운 표정이 아닙니다.
제 입속으로 들어오는 녹슨 철조망을 내보내기 위해
나무가 짓는 저 표정을 보십시오.
사람은 참 죄 많은 이름입니다.
그 상처 아래 또 다른 상처의 환부는
고통스러운 짐승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저런 표정으로 우리에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는다고 아프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무의 항의 앞에 나는 사람이라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오랫동안 부끄러울 것이며
더 오랫동안 저 나무와 같이 아플 것입니다.
나무가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쳤을 텐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태연한 사람들
사람들이 무심합니다.
정말 사람들... 너무 무심합니다.
- 정일근 -
출처 : 사랑밭 새벽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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