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주의자 되면 만사형통
좀처럼 아프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만나면 늘 에너지가 넘치고 얼굴 혈색이 좋을 뿐만 아니라 긍정적이고 기분이 좋아보이는 사람들이다. 낙관주의자들은 비관주의자들보다 오래 산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이 30년 동안 447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비관론자가 낙관론자보다 일찍 죽을 위험이 50% 정도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으며 태도는 결과적으로 죽음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특히 낙관론자는 비관론자보다 통증에 덜 시달리고 활력이 넘쳤다. 듀크대 의료원 연구팀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866명의 환자를 분석해보니 주기적으로 긍정적인 감정(행복, 즐거움, 낙관적인 생각)을 표현한 환자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낀 환자들보다 11년 후에 살아있을 확률이 20%가량 높았다. 핀란드 쿠오피오대 연구진이 2만24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삶의 재미, 행복, 안락한 생활 등과 같은 삶의 만족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 오래 살았다.
이처럼 긍정적인 마음과 태도가 중요한 이유는 마음가짐이 우리의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질병에 맞서 싸우는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인생관이 결국 건강과 장수에 좋다는 얘기다.
실제로 자주 웃으면 면역력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NK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NK세포(Natural Killer cell)는 혈액 내 림프구의 일종으로 악성종양인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고 죽인다.
사람이 크게 한번 웃으면 몸속의 근육 650개 중 231개 근육이 움직인다. 인체 근육의 약 3분의 1이 움직이는 웃음은 1분 동안 실컷 웃으면 10분 동안 에어로빅이나 조깅,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웃음은 또 1000억개에 달하는 뇌세포를 자극한다. 살짝 웃는 미소 역시 얼굴의 근육 15개가 움직여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훨씬 더 많은 근육이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하면 일반적으로 몸(신체)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신체적 건강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은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만 정신적인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고 WHO는 지적한다.
진정한 건강은 신체건강과 더불어 정서가 안정되고 정신이 맑아야 한다는 얘기다. 의학이 발달하고 약효가 좋은 의약품이 개발되고 있지만 현대인은 암, 치매, 당뇨병, 심장병, 우울증, 비만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사회가 발달할수록 정신건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심신의학(Mind-Body Medicine)'이 주목받고 있다.
심신의학은 육체적, 화학적 신체와 정신을 따로 떼어서 보지 않고 종합적으로 본다. 육체는 신체 그 자체를 의미하고 화학은 신체 안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뜻한다. 정신은 생각, 감정, 두려움, 꿈 등의 영역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대출금을 생각하면서 갚지 못할까봐 걱정을 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데, 이럴 때 심신을 함께 봐야 질환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의과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은 아픈 사람을 정상적인 건강상태로 돌려놓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는 완전한 건강상태나 최상의 건강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영국 정신건강 전문가인 패트릭 홀포드 박사는 지적한다.
그는 "건강은 그저 통증이나 긴장으로부터 해방되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진정한 건강은 인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최적영양연구소가 100% 건강하다고 믿는 사람의 상위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가 행복하다고 했고 78%가 삶의 목적의식과 방향감각이 뚜렷하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넘어 심리적, 정신적, 삶의 모든 측면까지 고려해 생각했다.
우리는 주변에서 신체는 멀쩡하지만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갑자기 버럭 화를 내거나 분노를 자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진료를 받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질환자로 못박을 수 없지만 정신장애자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18세 이상)은 57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6.0%에 달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7.6%로 성인 10명 중 3명이 정신장애를 경험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으로 이어졌다. 2011년 10만8000여 명이 자살을 시도했고 1만5566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사람은 살면서 불가피하게 정신적인 외상을 겪게 된다. 애인과 헤어지거나 바보 같은 행동으로 주위의 핀잔을 듣기도 한다. 이는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미쳐 이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 특정 사건에 대한 기억과 함께 저장된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취업, 절망에 가까운 내집 마련, 사회에서 소외되는 듯한 불안감은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불안증은 고혈압, 심장병, 수면장애 등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절망이 안으로 향하면 우울증, 절망이 밖으로 향하면 분노로 표출된다.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극단적인 자살로 이어진다. 우울증은 여성은 5명 중 1명, 남성은 10명 중 1명이 평생에 한 번은 앓는 질환이다. 우울증은 70~80%가 완치되며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할 경우 완치율이 90%에 달한다.
분노는 교감신경을 더욱 긴장시켜 혈압상승으로 이어진다. 별 것도 아닌 일로 갑자기 쓰러져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이다.
서울시 북부병원 정신과 김윤기 과장은 "불안증을 줄이려면 '정서적 힐링'을 접목해볼 필요가 있다"며 "적당한 휴식과 여행, 운동, 취미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위축 경향이 심할 경우에는 숨기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100% 건강한 사람이 되려면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정신건강은 긍정적인 마음과 태도에서 나온다.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는 "그동안 신체 건강만을 생각하고 운동과 음식에만 관심을 보여왔다"며 "새해에는 정신적, 사회적, 영적인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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