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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화장대를 보다/ 장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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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2. 9. 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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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화장대를 보다/  장시하

 

 

당신의 화장대를 보다가

나는 울고 말았습니다

당신의 작은 부분 하나 하나

신경 써주지 못한 내가 미웠습니다

진정 아껴주지 못한 내가 미웠습니다

 

 

 

물의 도시 춘천 명동에서

명색이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내 여인의 화장대 위에

놓여 있는 화장품을 보고

내 무관심과 소홀함에 울고 말았습니다

 

 

 

아이오페 스킨은 터엉 비어 있었고

로션은 마몽드 샘플이 조금이었습니다

라네즈 트윈케이크 21호는 본품이 아닌

리필로 조금 남아 있있고

라네즈 마스카라와 아이라인은

거의 다 쓴 상태였습니다

메이크업 베이스와 크림 파운데이션은

아예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쉽게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타인에게는 세심하지만

진정 아껴주어여 하는 사람에게 무관심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 항상 곁에

있으리라 생각하고 소홀하기도 합니다

 

 

 

그대의 소중한 마음 그대 소중한 얼굴

작은 각질 하나까지라도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떠나간 그대 화장대를 보던 날

나는 울컥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터엉 빈 아이오페 스킨 빈병에

내 눈물을 채우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내 가슴에 새겨진 당신의 입술 자욱

라네즈 립스틱 섹시 레드, 오렌지 핑크의 색상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직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오직 당신만의 향기로 남아 있겠습니다

다시 만나는 날에는

내 눈물 가득 담은 스킨 로션을

그대에게 선물하겠습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 아껴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랑은 작은 감동의 물결로 시작됩니다

그러기에 사랑은 섬세해야

아끼는 그릇을 다루듯

사랑은 조심스러워 합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립스틱 색상과

트윈케이크 호수 정도는 아는 남자가

진정 멋있는 남자입니다

사랑받을 수 있는 남자입니다

 

 

 

 장시하 실화시집 

"벙어리새가 되어 사랑을 사랑이라 말할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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