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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는 행위와 우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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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1. 9. 2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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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는 행위와 우월감

 

 

    미국 앨라배마에서 공부할 때, 대학원 과정의 한 학기 동안을 노숙자 숙소에서 인턴으로 일 했습니다.

 

    그 전 학기에 실습 장소가 정해지기 전, 담당 교수님께서 어디서 인턴을 하고 싶냐고 해서 학생들이 대개 가기 싫어하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보내주신 곳이 노숙자 숙소였습니다.

 

    매일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영어도 매끄럽게 못하면서 미국의 노숙자들을 만나 상담을 하고 그들의 필요한 사항을 기록한 후 적절한 서비스를 받도록 연결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냄새나는 그들과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기까지는 정말 깊은 이해가 필요했지요.

 

    생애 처음으로 AIDS 환자들을 만났고, 수많은 정신 이상자들을 상담했습니다. 또 헐리우드 영화로 인해 제가 가지고 있던 인종에 관한 편견도 그때 많이 깨어졌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면서, 그들은 저를 보면서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던 기간이었습니다.

 

    하루는 노숙자 한 분이 저에게 와서 필요한 개인 세면도구를 추가로 요청했습니다. 그 곳에는 약 60여명이 잠을 잘 수 있는 침대가 있어서 갈 곳 없는 분들이 매일 와서 몸을 씻고 자고 갔었는데, 세면도구를 필요한 만큼 지급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분의 태도를 보며 심한 불쾌감을 느꼈습니다. 그 분은 마치 자기가 맡겨놓은 것을 찾으려 하는 것처럼 당당했습니다. 나아가 호텔에서 자기가 응당 받을 서비스를 받는 고객처럼 저에게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껄렁한 옷차림에 한국으로 치자면 불량배 같은 태도로 저에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자주 그런 분들을 만났었지만 그 분은 정말 저의 마음을 상하게 했습니다. 필요한 것을 드리자 그 분은 휙 하고 가버렸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요. 참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저는 그 날 무엇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 분은 필요한 것을 달라고 요청했고, 저는 그것을 드렸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그 분의 태도가 그렇게 저를 기분 나쁘게 한 것일까요?

 

    아니었습니다. 저는 저의 우월감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특별히 유난했지만 많은 노숙자들도 대개는 덤덤하게 필요한 것을 요청하고 받곤 했었니까요.

 

    한국에서는 도움을 받는 사람이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대단히 고마워하며 감사를 표시합니다. 도움을 주는 행위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마운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은연중에 저는 우월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분들에게 뭔가를 했다는 강한 우월감이 잠재 의식 속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보다 제가 윗자리에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노숙자들은 당당합니다. 그들은 필요한 것을 당당히 요구하고, 심지어는 식사에 들어간 양념을 물어봐서 자기 입맛대로 먹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받는 주제에 별 것을 다 따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편하게 요구합니다. 왜냐하면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가 그들에게는 ‘필요한 일을 서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왕 하는 것 더 잘하자고 구체적으로 요구합니다. 도우는 쪽도 아무 반응 없이 필요한 것들을 도와줍니다. 거기에는 ‘위, 아래’가 없습니다. 오직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행위가 있을 뿐입니다.

 

    그 여름, 노숙자들에게서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저는 돕는 사람이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냥' 돕고 있습니다.

    -  옮겨온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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