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포갠 손등에 이마를 대고 다리를 곧게 뻗은 모습이
길을 걷거나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행인의 등에 자주 눈길이 머문다.
손수레를 밀고 가는 노인의 휘어진 등 위로
쓸쓸한 등에서는 그리움의 깊이를 점쳐 본다.
하다못해 코나 혓바닥, 보이지 않는 배꼽에도 링을 끼워 멋을 부린다.
교묘한 화장술로 남장을 한 여자이거나 여장을 한 남자라도
업혀 본 사람은 등의 부드러움과 아늑함을 잊지 못한다.
반대로 누군가 내 등을 쓸어 줄 때는 공감의 표현이거나
하지만, 일단 등을 돌리면 하나의 풍경에 불과하다.
다닥다닥 달라붙은 고착물들을 평생 등에 달고 사는 혹등고래.
날마다 늘어나는 무생물의 혹들.
더러 배반의 의미로 등을 말하지만,
마음이 실릴 뿐,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우리 사는 일이 날마다 잔치가 아니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장식하는 범법자라도
등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등에서 그 사람의 속마음을 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약한 것에 대한 본능적 연민이기도 하다.
자기 몸의 절반이지만, 보여 주기는 해도 스스로는 볼 수 없는,
오로지 타인에게로만 열린 또 하나의 표정.
누군가 내 등을 유심히 본다고 느껴지면
나는 내 전부를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워지곤 한다.
대부분의 불화는 이해 부족에서 생긴다.
그럴 때, 상대방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결코 굽어지지 않을 것 같은 대쪽인 사람도
등에서는 여린 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와 불화가 생길 때면,
그래서 쉽게 용서되지 않을 때는,
한참씩 그 사람의 등을 바라본다.
그러면 미움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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