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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의 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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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0. 12. 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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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의 찻잔 
          
언제 나를 위해 
예쁜 접시 받쳐 보았나? 
뜨거운 물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는 
차 알갱이를 보면 
나도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다. 
급히 마시다가 입술 데이고 
생각에 잠기다가 식어 버리는 
찻잔을 저으면 왜 
마음 깊은 곳에서 파문이 이는지.. 
오늘 마흔 살 내 생일에 
미역국 대신 내 생일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하며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고.. 
식구들 벗고 나간 허물을 바라보니 
앞니 빠져 못 웃는 작은 아이 
여드름이 속상한 큰아이 
감원 바람에 어깨 시린 남편 
그 얼굴 하나씩 찻잔에 어른거려 
설탕 한 숟갈 듬뿍 넣어 마실까? 
쓴맛이 없었던들 
달콤한 맛을 어떻게 알리... 
사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이 있다는데 
거울 앞 내모습은 왜 이리 초라한지 
주머니 가볍고 마음은 무겁지만 
그래도 내 앞의 잔보다 
남의 잔 먼저 채우며 살아야지.. 
마흔 살 생일에 
차 한잔 내 삶의 향기 지키며 산다.


*-- [3 백원의 행복]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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