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고결,인내)
매화 (梅花) 의 아름답고 슬픈 전설
옛날 옛날 어느 산골에 질그릇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던 청년 하나가 살고 있었답니다.
그 청년에게는 정혼을 약속한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으나,
혼례 사흘 전에 그만 그 처녀는 병으로 죽고 말았다네요.
청년의 슬픔과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답니다.
정혼녀의 무덤가에서 날마다 슬피 울던 청년은
무덤가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돋아나는 것을 보고,
이 매화나무가 죽은 정혼녀의 넋이라고 생각하여
자기 집으로 옮겨다 심고는,
이 꽃을 가꾸는 것으로 낙을 삼았다고 합니다.
정혼녀가 죽은 후부터는 어쩐 일인지 같은 솜씨로 만드는
질그릇인데도 그 모양이 예전 같지 않다며
사람들이 사가지 않아 고생은 점점 심해졌답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청년은 백발이 되고,
매화나무에도 여러 번 꽃이 피고 지고 했답니다.
"내가 죽으면 넌 누가 돌봐 줄까?
내가 없으면 네가 어떻게 될까?"
청년은 사랑했던 여인을 대하듯 말하며 몹시 슬퍼했답니다.
청년은 이제 늙어 눈도 잘 보이지 않고
손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동네사람들은 그 집 대문이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무슨 곡절이 생기질 않았나 싶어 그 집으로 갔답니다.
그러나 방에는 아무도 없고
그가 앉았던 자리에 예쁘게 만들어진
질그릇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네사람들이 그릇 뚜껑을 열자,
그 속에서 한 마리 새가 날아갔습니다.
휘파람새였습니다.
그가 죽어 휘파람새가 된 것입니다.
지금도 휘파람새가 매화나무에 앉아 있는 그림은
이생에서 못다 이룬 사랑을 뜻한다고 하네요.
동시에 영원한 사랑을 소망하는 것이라고도 하고요.
매화 앞에서/ Sr.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뿌리에서
줄기와 가지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매화 - 김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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