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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삶이 아닌 ‘먹히는 삶’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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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삶이 아닌 ‘먹히는 삶’

발행일 : 2002-06-02 [제2301호]

행동수정의 이론 중 모방학습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이상적인 행동을 학습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방법인데, 이러한 이론은 새로운 기술의 습득과 사회적인 행동 그리고 감정의 표현이나 성 역할 훈련에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 한다. 이러한 모방 학습은 이상적인 모델의 선택과 모델의 행동을 보면서 실제로 그러한 행동을 모방하는 신체적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모델을 선택하느냐와 모방을 위한 신체적인 과정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성체 성혈 대축일인 오늘 복음은 성체와 성혈인 예수님의 살과 피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가 왜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 하는가 하는 점에 대해 반복하여 들려주고 있다. 여기서 「살과 피」라는 말은 인간의 생명 혹은 인간 전체를 나타내는 통상적인 히브리적 표현으로서 예수님의 인격 전체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리고 「살과 피」라는 표현 뒤에는 이스라엘의 구원사에 핵심을 이루고 있는 과월절에 관한 주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생명의 빵」과 「내 살」이라는 표현 뒤에는 40년간 광야에서 유대인들이 경험했던 만나라는 신령스런 음식과 무교절 빵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기에 빵-살-먹다라는 말씀 안에는 인간이 영원한 생명을 위해 먹어야 할 생명의 빵은 예수님 자신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그분이 새로운 만나요 무교절 빵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 「피」라고 하면 시나이 산에서 야훼 하느님과 맺었던 계약을 상기한다. 그러기에 여기서 예수님의 「피」라는 표현은 구약을 대신하는 새로운 계약의 피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성체성사와 과월절과의 밀접한 관계는 바오로 서간이나 공관복음서에도 나타나는 주제이기에 「살과 피」라는 표현은 구약을 대신하는 새로운 계약과 해방이 예수님을 통해 완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현인 것이다.

그리고 『먹는다』란 표현은 구약성서에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사용되던 개념이다. 구약성서에 보면 이 표현은 적의와 파괴를 표현하는 말로 어떤 사람의 살을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거슬러 비방하는 것이거나 또는 그 대상을 파멸시키는 것을 말하고, 어떤 사람의 피를 마신다는 것도 그 사람을 잔인하게 살육한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물론 오늘 요한 복음에서 표현하는 「먹는다」라는 표현은 구약과는 다른 의미로 그리스도와 살아 있는 인격적 일치를 이룬다는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56절에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말도 먹는 행위와 인격적 일치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 주고 있는 말이다.

어떻든 예수님은 자신의 살과 피를 먹음으로 완전한 인격적 일치를 이룰 수 있고 이러한 일치가 영원한 생명을 가져온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먹음을 통해 이루어지는 완전한 일치란 무엇일까 !

먼저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이 표현은 그분의 말씀과 정신 그리고 그분의 삶이 우리가 생명을 위해 먹어야 할 진정한 먹거리라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먹거리는 우리 몸에 흡수되어 우리 몸의 일부가 되어 우리 생명을 유지하듯, 그분의 삶과 정신이 우리 안에 흡수되어 나의 몸과 분리 될 수 없는 나의 정신이 되는 것, 다시 말한다면 「그분의 정신과 삶」이 「우리의 정신과 삶」으로 변화되어 우리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즉, 그분을 우리 안에 모심으로 「우리 자신을 그리스도화 하는 것,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삶을 세상에 내어놓는 삶」, 이것이 그분의 살과 피를 먹음으로 얻게 되는 완전한 일치의 상태가 아니겠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성체성혈 대축일을 지내면서 생각해보고 싶은 점은 예수님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며 당신 자신을 내어놓고 있다는 점인데 우리는 여기서도 성체 성사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그리스도화가 성체성사의 목적이라면 타인을 위해 참된 음식과 음료로 자신을 내어놓는 삶은 필연이리라! 우리가 따라야할 참 모델이신 예수님을 따라 「먹는 삶」에서 「먹히는 삶」으로 나아감, 이것이 성체성사의 또 하나의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매일 미사 때 거양성체를 거행하면서 「이를 행하여라」란 말을 듣게 되는데 이 행하란 말의 의미도 예식의 거행과 더불어 실천적인 성체의 삶을 의미하는 말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세우신 성체 성사의 신비를 기념하고 그 신비를 되새기는 성체 성혈 대축일이다.

성체성사의 신비, 빵과 포도주 안에 살아 계신 그분의 현존을 나의 인격 안에 옮기는 삶을 살아가자!
홍금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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