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봄이오면 / 이해인

영상글

by 巡禮者 2013. 3. 10. 22:28

본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 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 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 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 이해인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