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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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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2. 8. 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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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미덕 

 
 
나는 한 지인이 연주하는 클래식 공연을
축하해주기 위해 무대 뒤편으로 갔다가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악기들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속이 가득 찼다고 소리를 내는 게 아닙니다.
악기는 비어 있기 때문에 울리는 겁니다."

연습 중이던 지인은 첼로의 활을 들고 소리를 튕겨내고 있었다.
그는 내게 첼로의 속이 비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텅 빈 속을 보여주었다.
첼로는 그 안을 텅 비워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속이 꽉 찬 것들은 제 몸의 단단함으로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못합니다.
한번 비워 보세요.
내면에서 울리는 자기 외침을 듣게 됩니다."

악기는 소리를 내기 위해 먼저 자신을 비운다는 것이었다.
즉,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들은 불필요한 것들을 비우고
자신의 음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상대의 음과 맞추고,
그것이 서로의 화음을 이루고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남들한테 책 안 잡히고,
경쟁에 뒤처지지 말아야지, 입 앙다물며 살아 왔었다.

늘 남들에게 똑똑하게 보이려고 했고,
말을 하더라도 야무지고 빈틈없이,
끝까지 밀리지 않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려 했다.

그렇게 해야 경쟁력 있는 인간처럼 비칠 것이라 생각했다.
물렁물렁하게 보이면, 남들 보기에 다부져 보이지도 않고,
얕잡혀 보이는 게 세상인심 아닌가.

그런 내게 악기들의 텅 빈 공간에서 우러나오는 울림은
자신을 채우는 것보다 불필요한 것을 먼저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소리를 내기 위해 먼저 자신을 비운 악기들은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되면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어낸다.
혼자 튀려고 하면 화음이 아니라 불협화음만 내게 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자기 뜻대로 하고 싶은 마음을 비울 때 다른 사람과 일할 수 있고,
불평하는 마음을 비워야 다른 가능성을 보인다.

인생은 혼자만의 독주가 아니라 합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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