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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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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2. 12. 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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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어느 아가씨가 공원 의자에 앉아
고즈넉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노신사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조금 남아 있는 책을
마저 보고 갈 참 이었습니다.



방금전 가게에서 사온
크레커를 꺼내어 하나씩 집어 먹으며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 했고
시간이 얼마쯤 흘렀습니다.



크레커가 줄어가는 속도가
왠지 빠르다 싶어 곁눈질로 보니,
아니!? 곁에 앉은 그 노신사도
슬며시 자기 크레커를
슬쩍슬쩍 빼먹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 노인네가..."
화가 은근히 났지만 무시하고
크레커를 꺼내 먹었는데,
그 노신사의 손이 슬쩍 다가와
또 꺼내 먹는 것이었습니다.



눈은 책을 들여다 보고 있었지만
이미 그녀의 신경은
크레커와 밉살 스러운 노신사에게
잔뜩 쏠려 있었습니다.



크레커가 든 케이스는
그 둘 사이 의자에서 다 비어 갔고,
마지막 한 개가 남았습니다.



그녀는 참다못해
그 노신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뭐 이런 웃기는 노인이 다 있어?"
하는 강렬한 눈빛으로
얼굴까지 열이 올라 쏘아보았습니다.



그 노인은 그런 그녀를 보고
부드럽게 씨익 웃으며
소리 없이 자리를 뜨는 것이었습니다.



별꼴을 다 보겠다고 투덜 대며
자리를 일어나려던 그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가 사가지고 온 크레커는
새 것인 채로 무릎위에
고스란히 놓여져 있었습니다.



자신이 그 노신사의 크레커를
집어 먹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고,
오히려 자기 것을 빼앗기고도
부드럽게 웃던 노신사.



하지만 그 노신사는
정신 없는 그 아가씨에게
크레커를 빼앗긴게 아니고,
나누어 주었던 것입니다.



제 것도 아닌데 온통 화가 나서
따뜻한 햇살과 흥미로운 책의 내용조차
잃어버린 그 아가씨는 스스로에게
이 좋은 것들을 빼앗긴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오백원 짜리 크래커가 아니라
아주 중요한 일에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는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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