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무엇을 비웠느냐 / 법정스님
버릴 수 없는 것은
그 어느 것 하나 버리지 못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 하나 얻지 못하니
이것이 너와 내가 숨 헐떡이며
욕심 많은 우리네 인생들이
사람들마다 말로는 수도 없이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린다고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마음속에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버려야만 하는지
알지 못하고 오히려 더 채우려 한단 말이더냐.
사람들마다 마음으로는 무엇이든 다 채우려고 하지만
정작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몸 밖에 보이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허울좋고 게걸스런 탐욕뿐일진데.
사람아...
그대가 버린 것이 무엇이며 얻는 것
또한 그 무엇이었단 말이더냐.
얻는 것이 비우는 것이요 비우는 것이 얻는다 하였거늘
무엇을 얻기 위해 비운단 말이더냐.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것은 끈적거린 애착과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과 불만족스러운
무거운 삶뿐인 것을
비울 것이 무엇이며 담을 것 또한 무엇이라 하더냐.
어차피 이것도 저것도 다 무거운 짐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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