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내막(탯줄 안쪽의 막·Cord Lining)에서 얻은 새로운 줄기세포 추출물은 모낭 속 모발 성장을 돕는 미생물이 생성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탈모를 치료합니다. 기존 치료법의 단점인 호르몬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동일한 수준의 모발 증식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존 치료제와 함께 호르몬 부작용 위험군에 속하는 환자의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되길 기대합니다."
2일 서울 강남구 신라스테이에서 만난 바이오기업 셀리서치의 아이보 림 공동설립자·최고의학기술책임자는 이 회사가 새롭게 발견했다고 설명한 '제대 내막 줄기세포' 기반 탈모치료제 기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탈모에 관심이 많은 국가 중 하나로 새로운 치료 전략을 궁금해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고 싶어 이번에 한국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림 공동설립자는 영국 케임브리지 의대를 졸업하고 싱가포르 국립대 의대에서 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싱가포르 의대 겸임부교수직을 맡고 있다. 림 공동설립자는 29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개최된 '2024 아태안티에이징컨퍼런스(APAAC 2024)'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제대 내막 줄기세포 기반 탈모치료 기술을 한국에 처음 공개했다.
셀리서치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탈모 치료제는 제대 내막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사용한다. 동물의 탯줄에서 줄기세포를 배양, 추출물을 획득하는 것이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이다. 제대 줄기세포에선 피부 재생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중간엽줄기세포(MSC)와 상피줄기세포(EpSC)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림 공동설립자는 "피부 재생 치료를 위해 많은 양의 MSC와 EpSC를 추출하는 것은 학계의 숙제였는데 셀리서치가 개발한 추출 수율은 현존 기술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얻은 제대 내막 줄기세포는 탈모 치료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엑소좀을 증식하게 만든다. 엑소좀은 세포에서 방출되는 작은 막으로 둘러싸인 소포체다. 엑소좀에 따라 서로 다른 생물학적 기능을 갖고 있다.
림 공동창립자는 "이렇게 생성된 엑소좀 'PTT-6'를 통해 모낭 안에서 모발 성장을 돕는 미생물 생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제대 내막 줄기세포 탈모치료제의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엑소좀 'PTT-6'는 모발 성장 세포 자체를 직접 자극한다고도 부연했다. 탈모에 관여하는 호르몬에 주목한 기존 치료법과는 다른 메커니즘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탈모 치료 전략이라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아이버 림 셀리서치 공동설립자·최고의학기술책임자가 2일 서울 강남구 신라스테이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셀리서치 제공
다음은 림 공동창립자와의 일문일답.
Q. 제대 내막 줄기세포는 처음 어떻게 발견했는가.
"2004년 당시 골암이 혈관 생성을 자극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했다. 당시 종양 미세환경이 어떻게 혈관 형성을 촉진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골암 세포와 인간 제대정맥내피세포(HUVECs)를 공동 배양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혈관 내피세포 활동이 어떻게 증가하는지 관찰하는 과정에서 제대 줄기세포에 주목하게 됐다. 피부 미용에 널리 활용되는 중간엽줄기세포와 상피줄기세포를 풍부하게 얻을 가능성이 관측됐기 때문이다. 피부 재생을 위한 다양한 치료 전략 개발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줄기세포 엑소좀을 활용한 피부 치료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Q. 제대 내막 줄기세포는 피부 재생에 사용되는 제대혈이나 배아줄기세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장점이 있는가.
"제대 내막 줄기세포는 높은 순도로 추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첫 번째 배양 단계에서 피부 재생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중간엽줄기세포와 상피줄기세포를 각각 60억 개 얻을 수 있다. 두 세포를 동시에,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또 일관된 품질과 수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임상의료 현장에 적용되는 상용화된 치료제 개발에서 중요하다. 제대 줄기세포는 30세대에 이르기까지 세포를 배양한 후에도 본래의 특성과 염색체 구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줄기세포는 배양 과정에서 노화나 분화가 손쉽게 발생하곤 한다. 탈모를 유발하는 만성 염증에 대한 항염증 효과가 우수하다는 점도 장점이 된다."
Q. 제대 내막 줄기세포 탈모 치료제는 탈모를 어떻게 치료하나.
"제대 내막 줄기세포 배양을 통해 얻어지는 엑소좀은 3000개 이상의 생리활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이 엑소좀은 모낭의 조직과 상호작용을 통해 피부와 모낭의 치유와 재생을 촉진하는 미세 환경을 만들어낸다. 탈모를 유발하는 염증을 줄이고 섬유아세포 활동을 자극해 탄력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엘라스틴과, 수분에 관여하는 고분자물질 히알루론산의 생성을 촉진한다. 두피에서 모발에 이르는 피부 환경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어 모낭에서 모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진피 유두세포(DPC)에 직접 작용한다. 모발 성장에 관여하는 미생물이 손상되는 염증성 환경을 감소시킨다. 이를 통해 잠자고 있던 모낭을 재활성화해 모발 성장 주기를 휴지기에서 성장기 단계로 촉진한다. 이를 통해 두껍고 건강한 모발이 자라게 한다."
아이버 림 셀리서치 공동설립자·최고의학기술책임자가 2일 서울 강남구 신라스테이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셀리서치 제공
Q.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들의 효과는 어떠했나.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기존 탈모 치료제와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모발의 생성과 성장을 관장하는 모낭유두세포를 24% 증식시켰다. 활성화된 모낭 수도 치료 전과 비교했을 때 15% 증가했다. 모발 수 자체는 14% 가량 늘어났다. 임상시험에선 매주 1회씩 6주간 시술이 이뤄졌다."
Q. 치료제에 사용되는 제대 내막 줄기세포를 사슴에서 얻었다. 인체에 적용하기 안전한가.
"인간 줄기세포 배양 추출물은 윤리적인 우려와 다양한 법적 제약으로 많은 국가에서 엄격하게 규제되거나 금지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 유래 줄기세포를 얻게 됐다. 셀리서치가 사용하는 줄기세포는 뉴질랜드 붉은 사슴에서 얻는다. 이 사슴에서 추출한 제대 줄기세포는 인간 제대 줄기세포와 기능 및 생리적 활동에서 99% 동일하다. 또 이 사슴 종은 동물전염성 질병에 강하다는 특징도 있다."
Q. 제대 내막 줄기세포 탈모 치료제에서 우려되는 부작용은.
"영국, 호주, 싱가포르, 홍콩 병원에서 이미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는데 유의한 수준의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호르몬 부작용에 민감한 가임기, 수유기 여성 탈모 환자에게 이 치료제가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제대 내막 줄기세포가 탈모 외 다른 질환에 활용될 가능성은.
"제대 내막 줄기세포는 염증을 조절하고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능력이 여러 분야에서 입증된 바 있다. 만성적인 피부 손상에서 유용한 결과를 보인 바 있다. 셀리서치는 최근 미국 콜로라도대 앤슈츠 의대와 협력해 당뇨병성 족부 질환 치료에 제대 내막 줄기세포 치료제를 사용하는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일부 환자에게서 상처가 뚜렷하게 호전됐다. 이 밖에 제대 내막 줄기세포를 이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CLiPS)를 생성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줄기세포들은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와 노인성 황반변성을 치료하기 위한 망막색소상피세포로 분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영장류 동물 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보고됐고 조만간 실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제대 내막 줄기세포는 쥐 실험에서 전신 홍반 루푸스로 인한 신장과 폐 손상에 효과를 보였다. 이 데이터는 이미 학계에 공개됐다."
아이버 림 셀리서치 공동설립자·최고의학기술책임자가 30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4 아태안티에이징컨퍼런스(APAAC 2024)에서 강연하고 있다. 셀리서치 제공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2024. 12. 2
출처 : 동아사이언스.
콜라겐의 배신…"암의 악성화와 전이 촉진한다" (0) | 2024.12.10 |
---|---|
중장년, 하루 3회 이상 식사 시 인슐린 저항성 위험 12% 감소 (0) | 2024.12.10 |
냉동 채소, 신선 채소보다 영양가 더 높다고? (0) | 2024.12.01 |
검지와 약지를 보면 술고래인지 알 수 있다? (0) | 2024.11.29 |
타고난 술꾼? 손가락 길이 보면 알 수 있다 (0) | 2024.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