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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교란 가시상추 끈질긴 이유, 씨앗 속 '세균 지원군'

생태계 자연

by 巡禮者 2021. 7. 1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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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교란 가시상추 끈질긴 이유, 씨앗 속 '세균 지원군'

 

[애니멀피플]
가뭄 저항성 높여 도로변에 번성..씨앗 타고 퍼지며 후대에 전달도

잎 뒤와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나 있는 외래식물 가시상추는 도로변을 따라 전국에 확산했다. 그 비결의 하나는 씨앗 속에 공생하는 가뭄 저항성 세균으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요즘 씀바귀나 고들빼기 비슷한 노란꽃을 피우지만 잎 뒤와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하게 달린 가시상추가 도로를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나가고 있다.

 

생태계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외래식물인 가시상추가 도로변 등 척박하고 거친 땅에서 살아남는 까닭은 건조한 환경을 견디도록 돕는 세균이 뒷배를 보아주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세균은 가시상추의 씨앗 속에서 검출됐는데 갓털에 매달려 날아가는 민들레처럼 씨앗에 실려 널리 퍼져나간다.

국화과 식물인 가시상추의 꽃. 씨앗은 민들레처럼 갓털이 달려 있어 바람을 타고 퍼진다. 자동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의해 도로를 따라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제공.

 

정서린 광주과학기술원 박사과정생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가시상추 씨앗 속의 내생세균이 이 식물의 가뭄 저항성을 높여 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교신저자인 광주과기원 진화생태학 연구실 김은석 교수는 “외래종의 생장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들이 씨앗의 내부에 존재하면서 외래종 씨앗과 함께 이동할 수 있음을 밝혔다”며 “씨앗 내생균이 외래종의 침입 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생태학적 요인임을 제시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978년 김포공항에서 처음 발견된 가시상추는 도로를 따라 제주도를 뺀 전국으로 퍼졌다. 김은석 교수 제공.

 

사람 몸속에 사는 수많은 장내세균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처럼(▶사람 몸은 사람 것이 아니었네) 식물체 안에도 많은 미생물이 산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식물에서 내생균이 발견됐다”며 ”이들을 이용해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능력을 높이는 연구 등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연구가 뿌리, 줄기, 잎 등 식물 조직 내부에 살면서 해를 끼치지 않는 세균에 집중됐다면 이번 연구는 씨앗 속에 사는 세균에 주목했다. 씨앗 안에 세균이 산다면 민들레처럼 씨앗과 함께 갓털에 실려 확산하고 자손으로 대를 이어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확산세를 보이는 외래식물인 가시상추의 씨앗을 조사했다. 유럽 원산의 가시상추는 1978년 김포공항에서 처음 보고된 이래 도로를 따라 제주도를 뺀 전국으로 퍼졌다.

 

주로 도로변, 방조제, 항구, 빈땅에 많이 분포하는데 건조에 잘 견디고 제초제 저항성도 강해 작물 재배지는 물론 토착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2012년 가시상추를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가시박 씨앗에서 검출한 내생세균 코사코니아 코와니이를 배양한 모습. 김은석 교수 제공.

연구자들은 가시상추 씨앗에서 모두 42종의 세균을 분리했는데 이 가운데 ‘코사코니아 코와니이’란 세균이 건조 저항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균을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에 접종한 결과 건조 내성이 느는 것을 확인했다. 주저자인 정서린씨는 “이 세균이 가시상추의 뿌리 근처에 당분의 일종을 분비해 흙 입자를 형성하는데 그 결과 토양의 빈틈이 늘어 수분을 더 잘 간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린 가시상추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씨앗 속 세균 덕분에 땡볕이 내리쬐는 도로변에서 건조 스트레스를 견디며 번성한다. 가시상추는 이밖에도 햇볕이 셀 때는 입자루를 90도 회전시켜 햇볕 받는 면적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과열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변에 줄지어 자란 가시상추. 건조를 견디는 능력을 바탕으로 도로와 빈땅, 제방 등으로 퍼져나간다. 김은석 교수 제공.

 

이번 연구결과는 외래종의 위험성을 평가할 때 내성균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한다. 김 교수는 “이제까지 외래 식물의 침입성을 판단할 때 주로 식물의 특성만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앞으로는 그 식물의 씨앗 내생균도 기준에 넣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1-92706-x

 

 

출처: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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