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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앞에서 슬퍼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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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1. 6. 2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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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앞에서 슬퍼지는 하루 

 


 

세월이 지나면 늙는다는 것,
몸에 병이 온다는 것,
참으로 서글프게 하는 것들입니다.
지금 내 앞에 앉아 진지를 드시는 어머님은
예전의 단아한 어머님의 모습이 아닌
그저 생각없이 먹는일에만 열심히 하는
어린아이같은 모습이 되어 계십니다.

 

나도 모르게 어머님을 모습을 보며
슬그머니 젓가락을 내려 놓으면서
어머님께 물을 건네봅니다.
어머님, 천천히 꼭꼭 씹어 드세요.
여기 있는 음식 누가 먹지 않으니까
체하면 고생하세요
그러니 꼭꼭 천천히 드세요를 반복해 봅니다.

 

그말이 좋으신지 고개를 끄떡이시면서도
잡채접시를 당신 앞으로 끌어다 놓으시며
정신없이 드시는 모습에
마음이 무너지고 앞의 시야가 흐려집니다.
요즘 어머님의 식사량은 예전에 비해
엄청 늘어난 것을 느낄수 있고
사람을 쳐다보는 눈초리가 많이
달라져 있고 새로운 것에 대한
식탐이 많아져 있는 것을 보며
노인들이 겪는 환자들의 증상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남자로 통해 어머님을 만난지 16년
어머님은 정말 세상 돌아가는것을
너무도 모르고 세상을 사셨던 분이십니다.
옛날어른들 대부분은 남자들이
경제권을 가지고 있어
그저 남편이 죽으라 하면
죽는 시늉까지 내셨다고 하더니
어머님 몸도 약하신 원인도 있지만
시장한번 당신손으로 봐 보지 못하고
아버님의 완고한 고집에 눌려
큰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고
사셨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외아들의 외며느리로 시집와
시댁의 풍습에 익숙치도 않는 신혼에
시아버님께서 살림을 하시는것에
너무도 낯설었지요
그러서일까요.
어머님은 딸들이 다섯이나 되는데도
외며느리에게 마음을 주는데
참 인색하셨습니다.
친정언니가 결혼이 늦어져
스물아홉에 어쩔수 없이
먼저 시집을 와 아이를 낳았지만
언니께 미안해 몸조리를 친정집에서 하지 않고
시댁에서 몸조리를 시어머님께서 해 주셨는데
삼일만에 아이옷을 세탁하는데도
쳐다만 보셨던 어머님..
첫아이가 아장아장 걸을때인가 봅니다.

 


몸이 너무 아파 조퇴를 하고
들어와 누워 있는데 어머님은
네 엄마왔다 엄마한테 가라 하시며
당신은 동네 어른들과
10원짜리 화투놀이를 신나게 하셨습니다.
정말 어찌나 서럽고 마음이 아프던지
아이를 부둥켜 앉고 엄마가 너무 아프거든
아가도 엄마랑 같이 잘까 했던
마음 아팠던 기억 .. 딸 같으면 저러실까..
그러면서 그런생각을 했지요.

 

이다음에 늙으면 며느리 손에
의지하셔야 하는데 어쩜 저리 차가우실까?
워낙 말수가 적고 표현력이 부족했던 난
그래도 어머님이 어려워 말한마디 못하고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삼년 장님삼년을
다 보내고도 6년의 세월을 보내고 나니
모가난 돌이 세월의 시간속에
맥을 못추고 깍끼고 깍혀 이젠
둥그런 자갈로 변해 있는 것을 보니
그간의 어머님과의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나 봅니다.

 

아침이면 젖은옷과 요를 새것으로 갈고
새옷을 꺼내 드리면
미안타 미안타 하시는 어머님의
표정을 보면서 어머님 괜찮아요
어머님 의지대로 되어지지 않는 것이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벗어 놓으세요.
해 보지만 어머님 나름대로
한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종종 볼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병원에서는 어쩔수 없이
몸을 보이시더니 요즘은 목욕만큼은
큰형님(큰시누이)랑만 하시겠다고 하셔
형님께서 자주 집에
내려오셔야만 하는 수고를 하십니다.

 

서글퍼 집니다.
여기서 얼마나 어머님이 더 나빠지실지..
어머님 곁에서 한시도 눈을뗄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아무도 모르지만
집안일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마음만
새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지금 어머님의 모습 훗날

 

나의 모습일수도 있기에
내가 할수 있는 지금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보는 하루하루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우리네 인생
법정스님께서 쓰신 무소유를
다시를 펼쳐보는데 따사로운 햇살이
마음속에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오후입니다.
.
.
.
이글은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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