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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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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3. 3. 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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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사랑이 없으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라네
류해욱 지음

 

1. 시를 읽는 즐거움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채우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박용재

 

 내가 즐겨 읽는 시 중의 하나다. 현대인들은 경쟁 사회속 에서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 다고 하지만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안타까움 중의 하나는 영혼의 쉼터를 점점 잃어간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현대인 들에게 시를 권하고 싶다. 시를 읽는 것은 영혼을 쉼터에 잠시 머무르게 하며 그 시간은 바로 기도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신앙의 선조들은 구약시대부터 오랫동안 시편으로 기도 했다. 시편은 하느님께 시로써 고백하는 신앙의 언어다. 예 수님 역시 그 당시 사람들의 기도책이라고 할 수 있었던 시 편으로 기도하셨음에 틀림없으니 우리의 신앙이 시편으로 이어져 내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시편뿐 아니라 많은 시들은 우리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삶을 기도로 승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연유로 나는 좀더 많은 이들이 시를 읽고 그 안에 머물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그 삶을 한 편의 시로 노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삶이란 무엇일까? 이 물음은 누구에게나 오래된 화두이다. 나는 종종 '사람'이라는 단어를 타이핑하려다 오타를 내어 '사람'이라는 글자 대신 '삶'이라는 글자를 만들곤 한다. '람' 자가 내 손가락의 실수로 모음 'ㅏ'가 빠져 '삶'이라는 글자 로 변한 것이다. 반대로 '삶'이라는 글자를 타이핑했는데 모 니터 화면에는 '사람'이라는 글자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다 문득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은 '삶'이구나! 하는 나름의 철학을 발견한 것이다. 사람이 삶이라면, 과연 삶이란 무엇일까? 박용재 시인은 삶은 사랑이라고 말했다. 사랑한 만큼 사는 게 삶이라고 하 였으니, 삶은 결국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랑이 없는 삶 은 진정 살아 꿈틀대는 삶이 아닌 빈껍데기 삶이니, 삶은 사 랑일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이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나 이나 부귀영화가 아니라 사랑하는 만큼, 그 능력만큼 사는 것이다. 시기 - 질투 - 미움으로 살아가기에는 삶이 너무도 짧기 에 주어진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사랑하 며 사는 삶이란 무엇일까? 그 답을 에밀리 디킨슨의 '사랑은 어디에나 있는 것' 에서 찾는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는 것 우리는 사랑의 존재를 믿지요. 사랑은 충분한 것 하지만 우리 몫의 사랑은 우리 삶에 달려 있지요 - 류해욱 역

 

정말 사랑은 들꽃처럼 여기저기에서 누구에게나 웃음짓고 손짓한다. 그 웃음을 우리의 삶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삶에서 어떻게 구체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이 곁에 있어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 다. 이런 안타까움을 문정희 시인은 '순간'이라는 시에서 이 야기한다.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비단 사람만이 아니라 곁에 머물던 '사랑'을 떠나보내고 그 리워하는 삶은 어리석은 일이다. 마음을 열면 주변의 어디에 서나 '사랑'을 발견할 수 있고 사랑을 할 수 있다. 그때 우리 는 새로운 세상으로, 더 높은 삶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는 날 개를 달게 되는 것이다. '사랑'으로 서로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자. 그럴 능력이 우리에게는 충분히 있다. 그 능력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 신 큰 은총의 선물이다.

 

내가 가진 것은 그대가 외로울 때 그대의 손을 잡아줄 손이 나에게는 있습니다. 그대가 슬플 때 그대가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가 나에게는 있습니다. 그대의 하루를 빛내줄 작은 미소가 나에게는 있습니다. 그대가 마음 아플 때 그대를 안아줄 가슴이 나에게는 있습니다. 그대를 향한 사랑 가득한 마음이 나에게는 있습니다.

 

작자를 알지 못하는 '내가 가진 것은' 이라는 영시를 번역해 보았다. 이 시를 읽다 보니 타인을 향한 사랑 가득한 마음을 알 것 같다. 그것은 하느님이 우리 가슴속에 심어주신 것이다. 또 하느님은 사랑을 어떻게 우리의 몫으로 만들면서 살아갈 것인지를 물으신다. 물질문명의 풍요 속에서도 삶이 갈수록 척박해지는 것은 사랑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우리 마음에 심어주신 사랑의 능력을 한편의 시로 찬미하며, 세상 만물을 통해 사랑을 발견하고 그것을 나눌 마음으로 살 수 있 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에 시를 읽는 마음은 사랑의 마음이며 그 마음이 곧 예수님의 마음이라 여겨진다. 시 한 편에서도 예수님의 마음 을 헤아리고, 그분 따라 사랑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이 세상 무 엇을 더 원하랴.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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