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기
"네가 저녁에 수확한 것으로 하루를 판단하지 마라.
네가 뿌린 씨로 하루를 판단하지 마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모든 날이 수확하는 날은 아니다.
농부는 여름과 가을에 수확을 하지만 봄에는 수확하지 않는다.
저녁에 나의 하루를 돌아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의식하면서 살았다는 것이다.
절망에 빠진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그 사람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
그 대화에 내가 온전히
몰두할 수 있었다면 나는 감사한다.
그러나 그 대화가 항상 명쾌한 결론에 이르는 것은 아니고,
또 그 사람이 비슷한 위기에 봉착하면
다시 좌절하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이것들은 내가 창고로 가져갈 수 있는
수확물이 아니라 단지 내가 뿌린 씨앗일 뿐이다.
나는 인간으로서의 흔적을 이 세상에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감사하고 있다.
말하고 행동하는 주체가 완전히
'나'일 때, 내가 만남 안에 현존할 때,
있는 그대로의 삶을 인지할 때
나는 이러한 흔적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모든 흔적 안에는, 내가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도우려 애썼던 사람들의 마음에 언젠가 싹을
티울 씨앗이 파종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 말들 역시 독자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어,
또 언젠가는 그들의 마음에 꽃을 피우게 될
씨앗이 되리라는 것을 믿는다.
Buch der Lebenskunst 「삶의 기술」
안셀름 그륀 지음/ 안톤 리히테나우어 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