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우리 아버지
만취한 아버지가
자정 너머 휘적휘적 들어서던 소리
마루바닥에 쿵, 하고
고목 쓰러지던 소리
숨을 죽이다
한참 만에 나가보았다
거기 세상을 등지듯 모로 눕힌
아버지의 검은 등짝
아버지는 왜 모든 꿈을 꺼버렸을까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고
삼십 년이나 지난 어느 날
아버지처럼 휘적휘적 귀가한 나 또한
다 큰 자식들에게
내 서러운 등짝을 들키고 말았다
슬며시 홑청이불을 덮어주고 가는
딸년 땜에 일부러 코를 고는데
바로 그 손길로 내가 아버지를 묻고
나 또한 그렇게 묻힐 것이니
아버지가 내게 물려준 서러운 등짝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다
어머니/이철우/낭송:고은하 (0) | 2011.04.28 |
---|---|
아픈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도종환 (0) | 2011.04.23 |
목련 / 류시화 (0) | 2011.04.10 |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정호승 (0) | 2011.04.05 |
봄에 오실 그대를 위해 (0) | 2011.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