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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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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1. 12. 1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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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라는 이름

     

    '내가 자란 시골은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되는 나를 도시 중학교로 유학을 보냈다.

     

     나는 공부가 하기 싫었다.

    그래서 나는 반에서 석차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부모님께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恨)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다행히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가 집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친지들이 몰려와 나의 성적을 물었다.

    아버지는 "앞으로 봐야제,

    이번에는 1등을 했는가 보다"고 말씀하셨다.

     

    친지들이 "찬석이 아버지는 자식 하나는 잘 뒀어.

    1등을 했으면 책거리를 하라"고 재촉했다.

     

    당시 우리 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살림이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을 모아 놓고 잔치를 했다.

     

    그 돼지는 우리 집 재산목록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충격적인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 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부모님께 33년 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어머니, 저 중학교 1학년 때 1등은요…

    "하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그만 해라. 민우(손자)가 듣는다."며 내 말을 자르셨다.

     

    자식의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아버지 마음을,

    박사이며 교수이고 대학 총장인

    나는 아직도 감히 물을 수가 없다.'

     

    -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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