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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글 : 류 해욱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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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0. 11. 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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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 글 : 류 해욱 신부- 가을이 깊어 갑니다. 창문 밖, 앞 산 진한 갈색으로 변한 몇 그루의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머니가 중력의 힘에 떨어지는 잎 새처럼 그렇게 힘없이 땅에 떨어져 그분께로 가신지도 어느 새 15년이 지났습니다. 어머니는 15년 전, 11월 1일, 모든 성인의 대축일에 새벽 미사를 가시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이승과 작별을 나누셨지요. 어머니의 기일을 앞두고 기도하게 되는 것은 어머니를 위한 기도는 아닙니다. 어머니는 그분과 함께 머무시리라 믿으니까요. 저 자신과 우리들, 시대를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모두가 살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 근본 원인을 생각해 봅니다. 문득, 이 시대가 어머니, 말하자면, 어머니의 정신,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혼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경제 위기, 금융 위기 등의 이야기를 하지 만 실상 더 큰 위기는 영혼을 잃어버린 위기가 아닐까요? 거기서 모든 위기가 시작된 것이 아닐까요?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달나라를 다녀 온 것이 벌써 50년이나 되었지만 우리는 50 년 전보다 더 행복해졌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이태백이 놀던 달, 토끼가 방아를 찧던 달, 동화와 꿈을 담고 있던 달을 잃어버리면서 우리는 영혼에 상처를 입고 아파하게 된 것은 아닌 지요? 제가 현실적 삶에서 느끼는 위기는 분명 경제 위기는 아닙니다. 물론 제가 신부로서 생활의 전선에서 투쟁하는 전사가 아닌 까닭도 있겠지만, 분명 정작 오늘날 우리가 겪는 위기는 정신과 영혼, 어머니를 잃어버린 상실의 아픔이 그 근원적인 원인입니다. 이 상실의 아픔을 추락과 공포로 표현하며 기도로 노래한 시인이 있습니다. 국문학자이며 시인이신 정 한모 선생님입니다. 오늘은 정 한모 선생님의 시 두 편을 읽으며 저도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 가을에 - 정 한모 -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 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나르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내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 같은 그 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 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어머니 -정 한모-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그 동그란 광택(光澤)의 씨를 아들들의 가슴에 심어 주신다. 씨앗은 아들들의 가슴속에서 벅찬 자랑 젖어 드는 그리움 때로는 저린 아픔으로 자라나 드디어 눈이 부신 진주가 된다. 태양이 된다. 검은 손이여 암흑이 광명을 몰아내듯이 눈부신 태양을 빛을 잃은 진주로 진주로 다시 쓰린 눈물로 눈물을 아예 맹물로 만들려는 검은 손이여 사라져라. 어머니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저는 어머니의 사랑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다른 시를 알지 못 합니다. ‘어머니’라는 말 한마디에 담겨 있는 수많은 정서 때문에 ‘어머니’에 관한 시를 쓰게 되면 자연 감상적이 되어 정작 적절한 은유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 한모 선생님은 흔히 빠지기 쉬운 감상에 젖지 않으면서 ‘눈물’을 진주로 만드는 탁월한 연금술을 보여 줍니다. 시인은 아들을 위한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적인 삶을 ‘눈물’이라는 한 단어 안에 압축하면서 그 눈물이 ‘진주’를 만든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은 그 자체로는 어둠입니다. 어머니가 생전에 겪으셔야 했던 삶의 굴곡이 어둠으로 표상됩니다. 그러나 그 어둠이 아들을 빛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당신은 어둠 속에 사시면서도 아들의 가슴에 빛, 광택의 씨를 심어 주시고자 눈물로 진주를 만드시는 어머니. 어머니는 진주의 영롱함을 가리게 하는 ‘검은 손’은 사라지라고 외칩니다. ‘검은 손’은 눈물을 진주로 만드는 삶의 굴곡 안에서 겪어야 하는 숱한 난관의 은유입니다. 시인은 ‘검은 손’은 사라지라고 외치지만 저는 어머 니가‘검은 손’과의 힘겨운 투쟁을 통해 ‘눈물’을 ‘진주'로 만드는 연금술 을 터득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머니, 오늘은 눈물을 진주로 만드시던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 가만히 허공에 손을 내밀어 봅니다. - 글 : 류 해욱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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