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지 마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부도덕한 수단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2235억원의 대북 비밀 송금 문제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돈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허탈감이 듭니다. 물론 북한을 도와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 이 정부가 당당하게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마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 동기는 업적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역사적인 남북회담,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주어질 노벨상에 대한 집착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명예와 업적의 유혹보다 「자신의 일」에 시선을 둘 수 있었다면 이러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일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복음은 가파르나움에서의 예수님 활동으로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부분은 시몬의 장모와 예수님께 오는 많은 병자와 마귀 들린 사람들을 치유해주셨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구마와 치유이적을 통하여 인간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셨다는 것인데, 이 뜻은 하느님의 다스림이 예수님으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38절과 연결해서 보면 기적은 결코 그분의 일이 아니요, 단지 그분의 일인 복음 선포를 믿게 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35절에는 예수님 기도 모습이 나옵니다. 마르코 복음에는 예수님이 기도하셨다는 내용이 3번 나오는데, 오늘 복음과 5000명을 먹인 빵의 기적 후, 그리고 최후만찬 후 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빵의 기적 이후의 순간은 인간적인 면에서 본다면 예수님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모두들 예수님을 찾고 있는 순간이요(마르코 1, 57), 사람들이 억지로라도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고자 하는 (요한 6, 15) 순간이었습니다. 거기에 비해 최후만찬 직후는 죽도록 근심에 싸여 있는 죽음이 임박한 고통의 순간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은 매일을 기도 속에 사신 분은 아니지만, 세상의 모든 찬사가 주어지는 인기 절정의 순간 뿐 아니라 극도의 고통의 순간에도 하느님을 잊지 않고 기도하신 분이요, 바로 기도를 통해 자신의 길과 자신의 일을 발견하신 분이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기도해야할 순간이 언제인지, 그리고 기도의 목적이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일」과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기 위함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우리가 예수님처럼 기도할 때 세상의 온갖 긍정적 부정적 유혹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본분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주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세번째 생각할 내용은 당신을 찾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당신이 해야 할 일, 복음 선포를 위해 다음 동네로 떠나는 장면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아마 예수님을 예수님답게 하는 가장 멋진 장면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많은 병자를 고쳐주고 마귀를 쫓아내어 사람들의 감탄이 쏟아지는 자리,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사람들의 환호와 찬사의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예수님께로 모아지는 그 자리. 이미 자신이 이룩한 업적만으로도 몇 년은 가만히 있어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 자리.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깊은 욕구가 눌러 앉기를 요구하는 그 자리.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예수님은 이러한 자리를 뒤로하고 다음동네로 떠난다는 것입니다. 복음서에 의하면 「자신의 일」을 위해, 「(하느님이 자신에게 맡겨 놓은) 복음 선포라는 일」을 위해 홀연히 나그네의 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이룩한 업적과 결과에 머무르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 처녀지로 떠나는 모습!」. 바로 이 모습은 우리 신앙인들이 가야할 영원한 이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자신의 작은 업적과 사람들의 환호에 함몰되어 「자신의 일」을 망각하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이러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시선을 두어야 할 곳은 사람들의 반응이나 찬사가 아니라 하느님이 나에게 맡겨놓은 의무적인 일이기에 어떠한 순간에도 자신의 일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그리고 자신의 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기도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