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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일-형제가 죄를 지으면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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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일-형제가 죄를 지으면

발행일 : 2005-09-04 [제2465호]

“사랑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우리 본당에도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인터넷시대에 맞추어 신자들의 의견과 본당의 소식들을 나누는 공간이 마련되어서 여러 가지로 편리한 점이 많습니다.

교회의 활동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으로 확장된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더 좋은 일들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은 문명의 혜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익명의 개인들이 이루는 거대한 인터넷 공간의 무한한 정보의 세계가 놀랍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자신외의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상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도피처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어느 곳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항의 글이 뜨고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내용의 글들로 도배를 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이런 일이 가끔 일어납니다. 공동체 안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때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자신의 흔적은 숨긴 채 대뜸 홈페이지에 비난의 글을 띄우고 그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매도합니다.

익명이라는 커튼 뒤에 숨어서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상처를 주고 공동체를 흔들어 놓는 미성숙하고 고약한 사람들의 놀이터가 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남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십시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다할 수 없는 의무가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입니다』(로마13, 8). 바오로 사도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사랑의 의무에 관한 말씀은 서로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삶의 대원칙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는 문제도 있고 갈등도 있고 상처도 있게 마련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들이 있고 다양한 방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입니다.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사랑 받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해서 생긴 상처들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구체적인 상황을 상정하고,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이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사랑을 실천해야 할 것인지를 제시해 줍니다. 공동체 안에서 누가 (나에게) 잘못을 하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형제가 죄를 지을 경우에 어떻게 사랑해야 할 것인가?

복음은 잘못한 사람을 죄인으로 단정하기 이전에 「형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먼저 강조합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형제가 잘못한 것을 알게 될 경우 사랑으로 그 형제를 바로잡아 주어야 하는 의무를 지니기 때문에 먼저 불필요하게 명예를 훼손당하는 일 없이 형제가 잘못을 깨닫고 회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단둘이 만나는 일에서부터 한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는 일은 잘못한 사람의 죄를 공개적으로 따지는 최종적 단계를 가능하면 유보시키면서 그 사람의 회개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라는 말씀입니다.

이러한 모든 노력에도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그때 가서야 비로소 공식적으로 공동체에 알리고 공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러한 노력마저 실패로 돌아갈 경우에는 그를 「다른 민족이나 세리처럼 여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마지막 조치마저도 죄인을 단죄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공동체 안에서 잘못한 사람의 회개를 위해 개인적으로든, 공동체적으로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는 것을 전제로, 잘못한 사람은 스스로 공동체의 사랑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제는 그를 주님께 맡겨 드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가 지닌 「맺고 푸는 권한」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잘못을 범한 사람을 공동체 밖에 매어두는 권한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조건이 채워지면 항상 풀어주어야 할 의무도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곧 죄인이 돌아오기를 항상 기다리는 것이 공동체가 끝까지 해야 할 노력인 것입니다.

그리스도인 공동체(교회)의 사명은 죄를 찾아내어 죄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죄인들을 회개시켜 그들과 함께 하느님의 나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형제들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모여 자기의 개인적인 판단이 아니라 형제들의 기도를 통한 식별에 근거해야 하며,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와 이웃 사랑을 추구하는 기도를 바칠 때,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기도하는 이들 가운데 현존하시는 당신의 아드님 그리스도를 보시고 그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약속인 것입니다.

함께 기도하는 일은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표지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신뢰하는 믿음의 실천입니다.



-김영수 신부〈전주 용머리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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