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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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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0. 10. 1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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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때 쓰는 편지 / 권 태 원프란치스코 -

오늘은 나의 남은 생애의 첫날입니다. 하루하루의 삶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어 사랑하는 당신에게 겸손하게 봉헌합니다.

 

이번 가을에는 할 일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설령 내가 완성하지 못하는 세상 일들은 사랑으로 당신이 잘 마무리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당신은 나보다도 더 오래오래 살아야 합니다. 나의 푸른 청춘을 다 바쳐 당신을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매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낡은 일기장에 기록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당신이여, 이제 당신 앞에 왔습니다. 바쁘고 분주한 세상 일을 잠시 벗어나서 빈 손 빈 마음으로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당신 이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명예와 재산을 위해서 지금까지 숨을 쉴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아왔지만,

 

자고 나면 내 손 안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바닷가에서 모래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다 빠져나가고 빈 손바닥뿐이었습니다. 가을에는 인생, 행복, 사랑, 음악, 기도 등의 단어들이 머릿속을 자리잡고 있습니다.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출발이 쉽지 않습니다.

 

가을에는 나의 일생을 다 바쳐도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기 전에 내가 먼저 가족과 이웃의 마음을 이해해 주어야합니다.

 

하루 한순간도 당신을 잊어버리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그 자체가 하나의 기도이며 예술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깊어 가는 바람소리를 듣는 것을 나는 참 좋아합니다. 쏴아 쏴아 파도소리를 내면서 가을바람이 불 때마다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성당 앞의 느티나무처럼 기도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합니다.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들이 남겼던 애절할 참회와 감사의 말들이 오늘 새벽에 나를 울리게 합니다.

 

그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눈빛을 생각하면서 어제까지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회개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또한 그 누군가를 내가 용서하지 못했을 때를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기만 합니다.

 

날마다 수십 번씩 입으로 기도하면서도 몸과 마음으로 용서하지 못하는 나의 잘못을 이번 가을에는 반성하게 해 주십시오.

 

용서하는 순간부터 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시작합니다. 기도하는 순간부터 나 자신이 너무 아름다워지기 시작합니다.

 

용서는 마음의 평화를 초대합니다. 당신이 나를 처음 사랑하신 것처럼. 오늘부터 눈을 뜨면 내가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용서와 사랑입니다. 미움보다는 사랑을,

 

복수보다는 용서로써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사랑은 하느님의 신비를 관측하는 나침판입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도 사랑하겠습니다. 세상은 어쩌면 사랑과 용서의 또 다른 이름인지도 모릅니다.

 

사랑에 조건이 없어지면 질수록 내 마음에 기쁨과 평화가 솟아오르기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순간부터 내 삶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하고 삶을 긍정하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랑이여,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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