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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지 않는 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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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3. 11. 1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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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리지 않는 바이올린
 

 

 

남편의 친구가 어느 날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는 얼굴도 잘생겼으며 건강해 보였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남편과 같이 있는 동안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혹된 나는

“악기도 다룰 줄 아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악기요...?” 하더니

한참 무언가를 망설이던 그는 입을 열었다.

 

“실은 바이올린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되었지요”

 

나는 왜 그만 두셨냐고 물었다.

“실은 결혼 당시 제 아내한테

바이올린을 켜주었을 때...

 

제 바이올린 솜씨가 형편없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는 바이올린을

정말 잘하는 사람을 몇 안다고 말하더군요.

 

무슨 뜻이었는지 알 수 있었죠.“

그 후로 그는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자기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20년 동안이나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인간이란 참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의 남편도 얼마나 많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숨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 사람은 노래를 아주 잘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집에서 편한 마음으로

노래를 할 수 없다 했다.

 

아이들도 싫어하고...

아내는 너무 시끄럽다고 한다고....

나는 진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듯 정감 있고 사랑이 넘치는 노래를

어째서 그 사람의 아내와 아이는

들어주지 않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설사 자기의 남편이 노래를

음정이 틀리게 부른다 해도

가슴에 사랑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주고

만족해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언젠가 남편이 쉬는 날 집에서

조그만 의자를 만들었다.

 

값 비싸고 고급스런 의자와는 달랐지만

나는 그것이 나름대로

큰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 마음을 전해주는 방법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 의자에 앉아서

기뻐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남편이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삼아 얘기할 때,

그것이 다소 지루할지라도

조금은 감탄하며 들어주는 것 역시

그에 대한 작은 사랑이자 배려라고 생각해 왔다.

 

이렇듯 가정이란

별것 아닌 작은 이야기도

자랑삼아 나눌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다정하고 관대한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볼품없고 조잡한 의자는

당신이나 앉으라”는 말로

남편을 외롭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미 없는 말들은

남편의 가슴에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하나 더 보태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돌아간 후...

나의 남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구...”

 

내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해 주었다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계속되는 한

 

내 마음속에도 역시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란 없을 것이다.

 

- 미우라 아야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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