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고기를 먹는 채식주의자들은 인조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보다 우울증 위험이 42% 더 높다.’
영국 남부에 위치한 서리대학의 연구진이 최근 밝혀낸 내용이다.
서리대학 연구진은 영국의 대표적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인 바이오뱅크의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을 진행했다. 바이오뱅크에 있는 채식주의자 그룹을 추출한 뒤, 이들을 다시 인조고기를 먹는 그룹과 먹지 않는 그룹으로 나누어 결과를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 인조고기를 먹는 채식주의자와 먹지 않은 채식주의자 사이에는 나트륨이나 포화지방산 섭취량 등에서는 눈에 띄는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인조고기를 섭취한 사람들이 염증 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가 더 높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콜레스트롤(HDL)과 관련된 단백질인 아폴리포단백질 A 수치가 더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특히 인조고기를 먹는 채식주의자들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보다 우울증 위험이 42% 더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연구진은 인조고기도 초가공식품의 하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조고기도 식물성 단백질을 고기와 비슷한 식감으로 바꾸기 위해 복잡한 가공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도 지난 10월12일 ‘인조고기의 초가공식품 논란’을 크게 다룬 바 있다. 당시 BBC는 “채식주의자를 위해 만들어진 가짜 고기가 해로운 초가공 식품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식물에서 유래한 초가공 식품을 즐겨 먹는 사람은 일반 식단을 섭취하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12%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식물로 만들어진 인조고기는 사람들이 채식주의 식단으로 효과적으로 전환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에 도움이 된다. 서리대학 연구진도 식단에서 인조고기를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다.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서리대학교 건강과학부 노파 가이프만 교수는 “인조고기가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식단의 일부일 때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 등이 풍성한 식단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연구 결과 인조고기 섭취가 주는 장점도 발견됐다. 인조고기를 먹는 채식주의자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위험을 4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리대학 연구진의 논문은 음식 관련 학술지 ‘푸드 프론티어스(Food Frontiers)’에 게재됐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2024. 12. 21
출처 :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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