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노지혜 원장
장내 미생물 군집이 뇌와 연결되어 전신 건강에 영향
생애 초기 마이크로바이옴 조성, 소아 면역 체계 및 뇌 발달과 연관
'장은 제2의 뇌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장과 뇌가 신경계와 면역계, 내분비계를 통해 양방향으로 소통하며 신체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장뇌축(Gut-t-BrainAxis)' 이론에 대한 설명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장과 뇌의 연결고리가 입증되면서, 장내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의 조성이 바뀌면 장 신경계와 뇌 사이의 신호 전달 방식이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은 생애 초기에 조성되며 소아의 성장과 면역 발달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노지혜 원장(충주온소아청소년과의원)은 "소아기의 장내 환경은 평생 건강에 미칠 수 있다"라면서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은 무엇이며 소아의 성장과 발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노 원장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어봤다.
Q. 장뇌축과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간략한 설명 바랍니다.
배가 아프면 머리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면 소화가 안 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장뇌축의 간단한 경험입니다. 이보다 훨씬 복잡한 기전을 통해서 뇌의 여러 신호들이 장과 소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반대로 장에서 만들어 낸 여러 신호와 영양물질, 염증 물질 혹은 항염증 물질이 바로 뇌로 전달되어 다시 우리의 감정과 생각, 생활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장과 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장뇌축입니다.
장내 미생물 군집인 마이크로바이옴은 단순히 음식물 소화를 돕는 역할을 넘어 영양소 분해, 비타민 생성, 면역체계 조절, 염증 억제 등 건강 전반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또한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뇌의 발달과 정서 안정, 스트레스 반응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근 연구는 장뇌축이 신경 발달 및 행동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장내 환경과 심리적 건강 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Q.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뇌는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나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신경전달물질, 대사산물, 면역 신호를 통해 장에서 뇌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장내 미생물이 생산하는 단쇄지방산(SCFA)은 장 점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억제하며, 미주신경을 통해 뇌로 신호를 전달해 감정 조절과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장내미생물은 세로토닌, 도파민, GABA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은 우리가 섭취하는 트립토판을 통해서 만들어지는데 80~90%가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세로토닌은 수면, 기분, 집중 등 거의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연 장이 두 번째 머리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이죠. 또한 먹는 것이 우리의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가 먹는 것을 통해서 자랍니다. 종류와 구성, 비율 등은 모두 우리가 먹고 생활하는 것을 통해서 만들어지지요.
반대로 뇌에서 발생한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요인은 장내미생물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스트레스가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병원성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하여 장점막 손상 및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 작용은 장과 뇌 사이의 연관성을 강화하며, 정서 안정, 면역체계 조절, 행동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Q. 생애 초기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출생 후 1,000일간, 특히 1년간은 장내 미생물에 엄청난 변화가 생깁니다. 제왕절개, 자연분만과 같은 출산 방법과 모유 수유, 분유 수유와 같은 수유방식에 따라, 초기 1~2개월에 우세한 마이크로비옴의 종류와 비율이 다릅니다. 많은 연구들에서 이 초기의 변화가 우유와 같은 식품 알레르기나, 면역과 관련된 질환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본인의 타고난 유전적, 가족적 요인에 더해 건강한 면역력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벽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고, 이로 인해 음식과 다른 환경에 의해 면역이 반응하는 질병을 막는데 기여합니다. 아울러 아토피와 천식, 비염에서 많이 상승되는 T세포와, 세균과 싸우는 T세포간의 균형을 맞춰주어 감기와 장염엔 쉽게 이기면서, 비염은 잘 지나가는 건강한 면역을 만들어줍니다.
또한 장내에서 많이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과 면역물질들은 초기 뇌 발달에서 뉴런과 시냅스 생성, 연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들의 뇌는 초기 3년 동안 급격히 성장하는 만큼, 만들어지는 뉴런과 연결되는 시냅스의 양이 상당합니다.
초기 1-2년이 지나고 나면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뉴런과 시냅스는 정리하는 프루닝(가지치기)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면역물질 혹은 소위 염증 반응 물질이라는 것이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같은 발달장애에서 가지치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이들의 생애 초기 1,000일간 발생하는 이 모든 성장과 면역에 장은 굉장히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Q. 분만 방법이나 모유 수유 방식이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 조성과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를 통해 형성된 초기 장내 미생물 군집은 비피도박테리아균(Bifidobacterium)과 락토바실러스균(Lactobacillus) 같은 유익균이 우세하여 염증반응을 억제하게 돕고, 조절 T세포(Treg) 활성화를 통해 면역 관용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관용은 음식물이나 꽃가루와 같은 외부 항원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하여 알레르기와 같은 면역 질환의 발생을 방지합니다.
반대로 제왕절개 출산, 분유 수유, 항생제 사용 등으로 인해 초기 장내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이 감소하거나 병원성 균이 우세해질 경우, 면역관용 형성이 방해받고 염증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항원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이어져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와 같은 면역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유익균을 촉진하는 모유 올리고당(HMO)이 포함된 모유를 섭취한 영아들이 분유를 섭취한 영아보다 아토피와 천식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낮다는 결과가 제시되었습니다. 또한, 자연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은 어머니의 질 마이크로바이옴에 노출되면서 초기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증가하고, 이는 면역체계의 정상적인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이처럼 영유아기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 질환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출산 방식이나 수유 방법과 같은 초기 환경적 요인이 장내미생물 구성과 면역체계 발달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작용합니다.
도움말 = 노지혜 원장(충주온소아청소년과의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2025. 1. 20
출처 : 하이닥.
중년 여성의 담낭·담도암 “너무 많고 무섭다”...최악의 식습관은? (0) | 2025.02.05 |
---|---|
"장내 미생물, 소아 아토피·ADHD와도 연관"...장 건강 유지하는 습관은? ② [인터뷰] (0) | 2025.02.05 |
"피부 10년 빨리 늙는다?"...노화 앞당기는 최악의 식품 8 (0) | 2025.02.04 |
샤워 중 무심코 한 ‘이 행동’, 탈모 유발 위험 (0) | 2025.02.04 |
하루에 ‘46분’ 더 잤더니… 정말 놀라운 일 벌어졌다 (0) | 2025.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