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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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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2. 9. 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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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의 기쁨

 

올해 어느 따뜻한 봄날,

작은 텃밭에 땅콩을 심었습니다.

메마른 땅콩 한 알에서 싹이 쏟아나는 기적의 기쁨을 느꼈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서 빨리 수확의 계절,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오기를

얼마나 확수고대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첫 번째 수확이 있었습니다.

부픈 마음에 땅콩 추수의 계획을 공동체 수녀님들에게 알리고,

추수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추수에

몇몇 수녀님들을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땅콩 한줄기를 힘껏 뽑았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무어냐….’

 

한 나무뿌리에 달린 땅콩은 고작 두서너 개.

모두 거두어들였지만, 두 손으로 움켜질 정도였습니다.

그것도 느슨하게. 이내 실망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이런, 나는 심었고, 물을 주었건만,

하느님께서 열심히 일하시지 않았군.”

하고 말하면서 내 탓이 아닌 하느님 탓으로 살짝 넘겨버렸습니다.

 

이렇게 올해 땅콩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이 떠올려졌습니다.

 

땅콩 한 움큼 심어놓고,

열매 맺기도 전에 스스로 대견해하고, 자랑스러워하며,

겉으로 드러낼 수 있는 기쁨을 누렸던 것이,

또, 거름 한번 정성껏 뿌려주지 못하고 노력없는

결실을 얻고 싶어 했던 것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올해 땅콩 농사를 통해 하느님께서 주시고 싶으셨던 결실은

육으로 취할 수 있는 영양가가 아니었나봅니다.

 

‘겸허한 마음과 사랑으로 토양의 보살핌''이 있어야만

어떤 일에서든 결실을 얻을 수 있는데,

지금 나의 내면에는 이 영양가가 부족함을

깨닫게 해주시는 하느님의 메시지였나 봅니다.

 

- 행복지기 수녀

 


Stepping on The Rainy Street - The day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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