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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희 성공회 신부 "여성 사제복 없어 해외 직구로 구입했었죠"[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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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23. 9. 1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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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서품 받아...20년 전 첫 사제 배출 후 20명 활동
한 신부, 대한성공회 여성선교센터 사무국장 맡아
여성 위한 교육과 연대, 성평등 위한 사업 전개

 대한성공회 여성 사제 한주희 한나 신부(서울교구 동대문교회 보좌사제 겸 대한성공회 여성선교센터 사무국장)가 12일 서울 동대문구 대한성공회 동대문교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3.09.12. mangusta@newsis.com

 

"사제는 중년 남성이라는 인식 때문에 여성 사제를 불편해하는 분이 많았어요. 20년 전인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남성과 여성 사제엔 시선의 차별이 있다고 보여요. 큰 교회 관할사제, 총사제, 성직자원 의장과 같은 고위직에는 여성이 거의 없으니까요."

 

한주희 대한성공회 동대문교회 신부는 "여성 사제로서 받는 차별은 일반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에서는 2001년 부산교구 민병옥 카타리나 사제가 첫 서품을 받은 이후 여성 사제는 20여명이 배출됐다. 현재 국내에 10여명이 있고 그중 서울교구에 5명이 사목 활동을 하고 있다.

 

보수적인 종교계의 특징이다. 실제로 불교에서는 고위직을 맡은 비구니가 남성 스님 비구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개신교에는 여성이 목사 안수를 받지 못하는 교단이 일부 있다. 특히 천주교에는 여성 사제가 아예 없다.

한주희 신부는 이 상황을 직접 체감했다. 2015년 사제 서품을 받았을 때 여성 사제복을 판매하는 곳이 없어 사제복을 제작하는 천주교 수녀원을 찾아가야 했다.

 

"천주교에는 여성 사제가 없어요. 예전에 여자 선배들이 사제복을 맞추러 천주교 수녀님을 찾아가면 수녀님들이 여자 사제복 제작을 매우 불편해하셨대요. 저도 수녀님 눈치를 봤는데 당시엔 저도 당당하지 못했던 거죠."

 

대한성공회 여성 사제 한주희 한나 신부(서울교구 동대문교회 보좌사제 겸 대한성공회 여성선교센터 사무국장)가 12일 서울 동대문구 대한성공회 동대문교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영미권 성공회에서 여성 사제가 많아 여성 사제복 기성복 구매가 가능하다"며 "최근까지 해외 직구로 여성 사제복을 구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대한성공회가 지난 3일부터 약 한 달간 지키는 창조절기에 소속사제들에게 친환경원단으로 제작한 성직자 셔츠를 보급하면서 여성 사제복도 제작됐다.

한 신부는 이날 이번에 제작된 여성 사제복을 입고 인터뷰를 했다. "이젠 여성 사제도 남성 사제도 같은 옷을 입습니다."

 

대한성공회 여성선교센터 사무국장을 맡은 한 신부는 현재 교회 내 여성을 위한 교육과 연대, 성평등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여성들의 선교활동은 잘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여성신문 '탈리타쿰'을 발행하고 있다"며 "성폭력 예방, 성인지감수성 교육이라든지, 젠더폭력근절 캠페인과 젠더폭력근절을 위한 성찬례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한성공회는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창구를 개설했다. '성폭력 상담창구'는 여성국·여성선교센터·양성평등위원회·여성활동단체협의회 등 대한성공회 관구 내 다양한 여성기구가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협력해 온 결과물이다.

 대한성공회 여성 사제 한주희 한나 신부(서울교구 동대문교회 보좌사제 겸 대한성공회 여성선교센터 사무국장)가 12일 서울 동대문구 대한성공회 동대문교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성폭력 상담창구 필요성은 2015년부터 대한성공회 관구 양성평등위원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주교원에서 ‘안전한 교회’의 실천을 선언한 이후 1년여 만에 성폭력 상담창구가 개설됐다.

'안전한 교회'는 교회 공동체의 약자들을 학대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특히, 아동, 청소년, 취약한 성인의 안전을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취약한 성인은 장애·연령 등의 환경으로 인해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가리킨다. 개인의 정체성 외에도 '재난이나 자연재해를 경험한 사람', '경제적 상황, 전쟁·내전, 이주, 인종, 성적지향, 성별 규범 등 사회문화적 요소’로 인해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사라진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한 신부는 여성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성폭력 상담창구 개설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느리지만 꾸준히 교회 안에서 약한 사람들, 소수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젊은 여성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 신부의 바람은 종교적 성평등이다. "성서말씀 중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아무런 차별이 없다는 말씀이 있거든요. 다양성이 존중되고, 내 행복으로 누군가가 불행하지 않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출처 :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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