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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치는 여자들/ 박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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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2. 12. 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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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여자들 평상에 앉아 화투(花鬪) 친다

꽃들은 다투어 피고 다투어 지고 봄인데

 

바람 불어 난분분 꽃잎 흩날리는데
까르르르르 다투어 공중으로 화투 패를 들고

 

똥을 쌌다고 이 나이에 아무 데나

 

아무 때나 똥을 싼다고 웃고 웃고
흔들었다고 늙은 엉덩일 흔들흔들 몸뻬바지는

 

헐렁한 경로당 바람 깔고 앉아 들썩이고

 

피는 쌍피가 좋다고 사슴 피보다 좋다고

 

햇볕이 수혈 받은 실정맥처럼

바쁘게 평상을 기어다니고 퍼지고 흩어지고



     

    향기도 없는데 모란에 나비가 앉고

     

    저도 늙고 싶고 온갖 잡새들이 모여들어 났다 났어

     

    백동전들 알처럼 뒹굴고 치마 속에서 부화하고

     

    봄바람 머금어 치마는 부풀어 오르고

     

    하늘은 홍단처럼 붉어지고

     

    꽃들은 지고 피고 자꾸 어두워지고


    홍성댁 정읍댁 함흥댁 고성댁……

     

    우리가 잊은 꽃들이여.....

     
    났고 났고 아라리가 났어도

     

    영원히 메이는 어머니들이여.....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읽던 시집 내려놓고
    光 팔고 싶습니다.

    우리가 가끔은 잊은 꽃들이지만
    거기서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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