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아주 효심이 두터운 내외가 있었다.
마침 여름이어서 모두 일을 하러 들에 나가고
늙은 할머니 혼자 집을 보게 되었다.
혼자 집을 보던 할머니는 심심하기도 하고,
무슨 일이든 거들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호박 구덩이에 거름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눈이 어두운 터라 그만
막 짜다 놓은 참기름 단지를 들어다가 호박 구덩이에 붓고 말았다.
밖에 놀러 나갔던 손녀가 돌아와 이 광경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 사실을 바로 할머니께 말씀드리면 놀라실 것 같아
모른 채 하고 얼마 후 돌아오신 어머니에게 말씀을 드렸다.
"어머니, 할머니께서 참기름을 오줌인 줄 아시고
호박 구덩이에 부으셨어요."
"뭐야? 그래, 할머니께서도 아시니?"
"아니요, 말씀드리면 놀라실 것 같아서 아무 말씀도 드리지 않았어요."
"오냐, 참 잘했다. 할머니께서 아시면 얼마나 놀라시겠니?"
며느리는 딸의 행동이 기특해서 등에 업고 뜰을 돌며 칭찬을 했다.
조금 후 남편이 돌아와 그 광경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
"아니, 여보! 다 큰 아이를 업고 웬 수선이오?"
"글쎄, 이 아이가 얼마나 기특한지 알아요?"
그리고는 자초지종을 다 들려주었다.
"어머니께서 거름을 주시느라 힘이 드셨을 것 같아
지금 찰밥을 찌는 중이에요.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체하셔야 돼요!"
이 말을 들은 남편은 갑자기 땅에 엎드려 아내에게 절을 했다.
"여보, 내 절 받으시오.
내 어머님을 그처럼 받드니 어찌
내가 절을 하지 않을 수 있겠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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