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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진행속도가 더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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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1. 2. 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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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색소변설증이라는 난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육년이 흘렀습니다.

진행성 난치병이라 하루가 다르게 시야는 좁아져갔고

빛은 점점 희미해져만 갔습니다..

결국저는 작년에 실명판정을 받았습니다.

때로는 눈물도 흘렸고 때로는 주님도 원망스러웠습니다.

헤어날 수 없는 지독한 공포가 온몸을 뒤덥을

때마다 허겁지겁 술을 들이켰고

그렇게 매번 쓰러져 잠이 들곤 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길고 어두운 터널이었습니다.

언젠가는 터널 밖으로 나갈 수 있겠지 하고

스스로 용기를 가져보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저에겐 그 용기가 도무지 싱겁기만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터널 밖으로 나간다 해도 나에겐 여전히

어두움뿐일 거란 생각때문이었지요.

허무함은 공포보다 무서웠습니다.

살고자 하는 의지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듯했습니다.

 

 

늘 무기력했고 염세적이었습니다.

제 의식은 언제나 비열했고 사람들에게는 항상 비겁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모습이 주변에서도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처음엔 위로도 해주고 따듯하게 안아주던

사람들도 결국 하나둘씩 멀어져 갔죠.

당시엔그들이 미웠고 야속했습니다.

인간들은 다 똑같다며 욕하고 침도 뱉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모든문제는 저에게있었음을 외로움의 그물안으로

스스로를 몰고갔던것이지요.

사회적인 약자가돼었으니 날보는 모든 사람은

날 배려하고 위해주어야 한다는 고집을 누구에게나 버리지 않았고

사람들에게비추어진 저의 그런모습인 동정의대상에서

조차제외돼었기에충분했나봅니다.

 


제가스스로에게 사랑의온기를 불어넣기 시작한건 그때부터였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다시 일어나 슬슬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 건 바로 4살 된 딸 지우였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귀옜말로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빠 내가 커서 의사돼서 아빠눈 고쳐 드릴께요..."

 

저는 눈을 뜨지도 못하고 지우를 향해 몸을 돌리지도 못하고

그렇게 온몸이 굳은 채로 눈물을 흘렀습니다. 

딸은 등 뒤에서 아빠의 목을 끌어 안아주었고

심지어는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의 눈물까지 닦아주었습니다.

그때속으로다짐했습니다. 

 

 

 

"나도 멋진 아빠가 한번해보자."

 

그날 이후 제 병을 세상에 공개했고 머릿속의

모든 세속적 논리와 계산을 지웠습니다.

오직 주님의 뜻이리라 생각했고 마음의 눈을 모두 열었습니다.

언제나 가만히 앉아 누군가 나의 손을 잡아주기만을 바랐던

나는 용기있게 세상을 향해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나의 일상은 변화하기 시작했고 무서운 속도로 변해갔습니다.

 

진행성 난치병,  무섭고도 허무한 병이지만 전 이제 웃을 수 있습니다.

제 용기와 희망도 그 속도로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이동우 마르코 / 개그맨 <서울주보 2011, 2,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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