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우리 천주교회의 달력은 태양력에 축일이나 성인 기념일을 기록하는데 머물지만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첨례표라는 서적을 통해 전례주년의 의미를 풍부히 해설하였던 것이다.
첨례표는 달력과 함께 전례주년별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기록된 다이어리와 같은 형태였다.
첨례 중에는 하늘에 있는 모든 성인들에 대해서 공경하는 축일인 제성첨례(諸聖瞻禮)와 의무 축일을 일컫는 파공첨례(罷工瞻禮), 대축일 전날을 말하는 망첨례(望瞻禮) 등이 있다.
1961년 8월 14일 경향신문에 ‘성모몽소승천 첨례 15일 광복절 경축 겸해’라는 제목으로 이런 기사가 실렸다. “명동성당에서는 十五일 聖母蒙召昇天 첨례와 제十六회 광복절 경축일을 맞아 상오 十시 盧基南주교 집전으로 대례<미사>가 거행된다. 천주교는 이날 성모 「마리아」가 하늘에 올림을 받은 날로서 경축하고 있다. 서울명동성당을 비롯해서 전국 각 성당에서는 이날 주일과 다름없는 첨례로 <미사>가 진행된다. 한편 명동성당의 十시 대례<미사>가 끝나면 「노」주교 집전으로 성모병원 앞에 새로 세워진 성상의 축성식이 올려진다.” 이 기사를 통해서 현재의 대축일, 축일이라는 구분 없이 모두 첨례로 사용하고 장엄미사를 대례라고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초기 한국천주교에서 첨례라고 하는 축일은 보편 교회의 전례에서 어디에 속하고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는 어떤 축일부터 시작했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교회에서는 이를 ‘전례주년’(annus liturgicus)이라고 하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례헌장 102항에서는 이렇게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거룩한 어머니인 교회는 한 해의 흐름을 통하여 지정된 날들에 하느님이신 자기 신랑의 구원 활동을 거룩한 기억으로 경축하는 것을 자기 임무라고 여긴다. 주간마다 주일이라고 불린 날에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고, 또 일 년에 한 번 주님의 복된 수난과 함께 이 부활 축제를 가장 장엄하게 지낸다. 한 해를 주기로 하여, 강생과 성탄에서부터 승천, 성령 강림날까지, 또 복된 희망을 품고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까지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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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주년은 기본적으로 두 부분으로 나누는데, 기본적으로 주님의 구원업적과 연결된 축일들(temporale)과 후대에 추가된 성인 축일들(santorale)이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주님 축일의 우위성을 정확히 하였고 너무나 많아서 혼란스러웠던 성인 축일들을 대폭 정리하였다. 전례주년의 중심은 아무래도 주일과 성주간이라 하겠다.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있는 부활신앙을 드러내고 확인하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받는 주일과 구원사건의 핵심인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현재화하는 성주간은 2000년 전의 사건을 지금 체험하게 한다.
날씨가 좋으면 놀러가기 좋아서, 비나 눈이 오면 집에서 나오기 싫다고, 연휴가 되면 어디 먼 곳에 놀러가야 한다고 하며 주일미사에 나오지 않는 신자들을 기다리는 본당신부의 안타까운 마음! 그 마음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일첨례와 파공첨례를 지켰던 옛 신앙선조들의 신앙생활이 바로 우리의 것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