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생은 추억이다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27. 14:30

본문

 

인생은 추억이다

발행일 : 1999-12-12 [제2180호]

사람의 인생은 추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살아온 세월의 추억들이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

사람은 시간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고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서 과거로 사라진다. 사람이 살아 온 시간은 과거로 사라지지만 그 시간을 살아온 삶은 사라지지 않고 기억 속에 남는다. 기억은 사람이 자기의 삶을 갈무리하는 창고이다. 사람이 이 기억이라는 창고를 어떤 추억으로 채우 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게 된다.

사람이 기억을 선한 추억으로 채우면 선한 인생을 살게 되고 악한 추억으로 채우면 악한 인생 을 살게 된다. 그리고 사람은 스스로 원하는 추억을 선택해서 기억속에 간직할 수 있다. 선한 사람은 악한 추억을 잊고 선한 추억을 간직한다. 그러나 악한 사람은 선한 추억을 잊고 악한 추 억을 간직한다. 선한 기억을 간직하면 선한 인생을 살게 되고 악한 기억을 간직하면 악한 인생 을 살게 된다.

사람이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느냐에 따라 의인이 되기도 하고 죄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불행한 것은 사람이 선하고 필요하고 이로운 추억은 잊어 버리고 악하고 필요없고 해로운 추억 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일예로 사람은 마땅히 남에게 받은 은혜는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고 상처는 기억하지 말고 잊어 야 한다. 그러나 상처는 잊질 못하고 은혜는 쉽게 잊어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이 은혜를 기 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의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은혜를 잊고 감사할 줄 모른다면 은혜를 모르는 불의한 사람이 된다.

한편 남에게 받은 상처는 기억하지 말고 잊어버려야 한다. 상처를 기억하고 있으면 증오심을 품 게 되고 증오심은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 그러나 상처를 기억하지 않고 잊을 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다. 그리고 용서하는 마음에서 가장 거룩한 사랑이 솟아난다. 사람이 일체의 모욕과 상처를 잊고 감사할 것만 기억한다면 마음 속에 언제나 선과 사랑과 아름다움만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 잊어야 할 것을 기억하고 기억해야 할 것을 잊는 까닭은 이기적인 자아를 중심으로 기억 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억의 중심에 언제나 이기적인 자아가 있어서 이기적인 사랑에 합치 되는 것은 기억하고 이기적인 사랑에 상치되는 것은 잊는다.

이렇게 자기자신과 자기의 요구만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기적인 인생을 살게된다. 이런 사람의 생 각과 마음은 온통 자기 자신에게만 집념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생각과 말과 행동의 중심에 언제나 자기 자신이 있게 된다. 이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하든 결코 자기를 잊는 적이 없고 언제나 자기를 생각하면서 행동하기 때문에 일체의 행동이 이기적인 동기에서 나온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오직 자기가 더 알려지고 인정받고 명예롭게 되기 위해서 그리고 자기의 이기적인 욕망만을 만족시 키기 위해서 행동한다.

사람이 이렇게 자기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가 되면 그 사람의 영혼은 사랑이 고갈되어 메마 르고 황폐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이 없이 사는 인생은 사막보다도 더 적막하고 황량한 것이 된다. 영원한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하느님을 닮아서 사랑하는 존재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사람은 사 랑하는 존재로 창조되었기에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사람은 두 개의 사랑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사랑하게 된다. 하나는 자기를 잊게 하는 하느님 사랑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 을 잊게 하는 자기 사랑이다.

사람은 자기를 잊는 만큼 자기를 하느님께 바치게 되고 자기를 하느님께 바치는 만큼 더 완전히 하느님과 결합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이 하느님과 더 완전히 결합할수록 더 완전한 사랑으로 사 랑하게 된다. 그러나 하느님을 잊게 하는 자기사랑은 자기를 파멸시키는 거짓된 사랑이다. 사람은 이기적인 사랑에 집착할수록 하느님으로부터 더 멀리 이탈하게 되고 하느님을 떠난 인간 은 생명과 사랑을 잃고 죽음과 증오만을 얻게 된다. 사랑하는 존재로 창조된 인간에겐 사랑할 수 없는 고통보다 더 가혹한 고통은 없다.

사람의 영혼은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되어 나왔기에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하느님께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사람이 자기를 잊으면 잊는 만큼 영혼 안에 하느님께 대한 기억은 더 생생하게 살아 있게 된다. 사람이 자기를 완전히 잊고 하느님만을 기억하며 살 때 사람의 모든 생각은 하느님께 집념하고 온 마음은 하느님 사랑에만 집착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자기의 명예와 자기의 이익은 전혀 고 려하지 않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하느님을 만족시켜 드리겠다는 일념으로만 살게 된다. 예수님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세상에 오셨다. 그것은 사랑의 시대이다. 이 사랑의 새 시대는 오늘 복음에 소개되는 예수님의 첫 제자들처럼 자기를 잊고 자기를 하느님께 바치는 사람들의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여기에 인간의 구원이 있고 자유와 해방이 있고 지복이 있다.

김성배 신부 수원교구 범계본당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