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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노래 / 오인자

아름다운시

by 巡禮者 2012. 10. 2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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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노래 /
오인자

가시덤불을 비집고 들어온 한줄기 햇살 아프게 찔린 상처의 흔적 지닌 채 어둠을 열면 아직 깨지 못한 엷은 꿈의 언저리에서 내 유년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밥상머리에 앉아, 채 흙을 떨어내지 못한 손으로 수저를 드시는 아버지 새벽 들녘 언저리에서 묻혀온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어머니의 머리 수건을 보며 살아 있음을 느끼던 푸릇한 아침. 그러나 오늘도 텔레비전에선 온통 죽음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저려오는 손끝, 빨갛게 부풀어 오른 코끝을 훌쩍이며 어둠 속 공허한 내일을 약속한다. 흙빛 어둠이 짙어 오면 마침내 그 어둠을 거두어내는 빛도 눈부시리라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것은 순한 아내의 눈빛 까르르 웃는 젊은 자식들의 굵은 머리가 대견스러워 허허 허허 웃고 어둠 속을 걸어 나오며 허기진 허리춤을 채어 올리며 웅성거리는 새벽 인력시장 한 켠에 선다. 상처 난 햇빛이라도 기다린다. 살아있는 푸릇한 희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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