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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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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3. 3. 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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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순간

 

 

 

지난 휴일에 친구들과 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고즈넉한 오솔길을 걷다가 수목원 내에 있는 찻집에 들어갔지요. 그렇게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한 친구는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자신의 적성이 과연 병원에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어린이 백혈병동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환아들의 죽음을 볼 때마다 마음이 괴롭다고 토로했지요.

또 한 친구는 집안 문제로 힘들어 했는데, 그것 역시 뾰족한 답이 없는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고민이란 놈은 참 이상한 게 고민을 할수록 그 부피가 커진다는 겁니다.

어느새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문제를 미리 끌고 와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데에 골몰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연 한 친구가 “아, 햇살 너무 좋다. 저기 빨간 열매 맺힌 나무 참 예쁘지 않아?”하고 말하자, 생각에 뿌옇게 가려 있던 친구들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문득 우리가 2013년 3월 3일, 이곳에 함께 있다는 현재가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그러자 마치 아주 좁은 프레임이 확 넓어지듯, 잊고 있던 수목원 풍경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좋은 곳에 왔는데도, 우리는 각자의 고민에 빠져 있느라 이 '좋음'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죠.

 

때로 우리 마음은 너무 먼 미래나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있느라, 지금 이 순간을 꽉 잡지 못하고 허투루 흘려보낼 때가 많습니다.

좋은님의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러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진짜 인생이 될 테니까요.

 

글ㆍ월간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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