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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 잃었던 양을 되찾고 기뻐하시는 분/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10. 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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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691) 잃었던 양을 되찾고 기뻐하시는 분/ 손용환 신부

연중 제24주일 (루카 15, 1-32) : 양을 잃은 목자의 기도
발행일 : 2010-09-12 [제2713호, 10면]

예수님은 어떤 분이실까요? 그분은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잃었던 양을 되찾고 기뻐하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잃었던 은전을 되찾고 기뻐하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잃었던 아들을 되찾고 기뻐하는 분이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루카 15,7)

- 착한 목자, 윌리엄 다이스 作, 1820-1859
그래서일까요? 그분께서 잃은 양을 포근히 안고 있는 그림을 보면 왠지 편안해집니다. 착한 목자이신 그분의 그림을 가장 잘 담아낸 화가가 윌리엄 다이스(William Dyce, 1806-1864)입니다. 그는 스코틀랜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런던의 왕립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1825년에 이탈리아로 건너가 나자렛파의 영향을 받아 라파엘전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주제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자기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목장에 예수님을 모셨습니다. 예수님의 목장엔 튼튼한 울타리가 있고, 울타리엔 담쟁이도 있습니다. 또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있어 쓸쓸함도 덜어주고 있습니다. 양들은 대부분 목장 안에 평화롭게 있습니다. 예수님은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안고, 마지막 양 무리와 함께 목장으로 들어가십니다. 그분은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꽉 쥐어 양들을 굳게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그분의 맨발은 목자의 삶이 결코 순탄치 않음을 예견해 줍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의 목자들도 양들 때문에 지쳐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착한 목자이신 주님, 당신은 양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셨다죠. 그래서 남은 게 뭡니까? 달랑 십자가밖에 없지 않습니까? 저도 양들을 위해 애써 보았습니다. 그들을 위해 밤도 지새워 보았고, 그들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양식을 주기 위해 제 주머니도 다 털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남는 게 없더군요. 그들은 끊임없이 달라고만 하고, 목자의 희생만을 요구하며, 주지 않으면 이내 달아나 버립니다. 제가 삯꾼이어서 그럴까요?

착한 목자이신 주님, 그래도 당신은 행복한 목자입니다. 당신은 길 잃은 양 한 마리만 찾으면 되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잃은 양이 아흔 아홉 마리입니다. 당신의 양은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당신을 따르지만, 저의 양은 아예 볼 수도 없으니 제 목소리를 알겠습니까? 그들은 자기 목장도 잊은 채 남의 목장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풀을 뜯어 먹는 게 더 쉽다고 제 목장을 떠나가 버렸습니다. 그들의 수효가 너무 많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어찌할까요? 저도 제 목장을 버리고 다른 목장의 삯꾼이라도 될까요?

착한 목자이신 주님, 저도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싶습니다. 그러니 제 양들이 자기 목장 안에 들어오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그들도 제 목소리를 듣고, 제 목장 안에 살게 하는 게 이 목자의 소박한 꿈입니다. 그 꿈이 이루어질까요?”

그렇습니다. 요즘은 집을 떠난 양들이 너무 많습니다. 회개하지 않는 양들이 너무 많습니다. 양들이 불쌍하면 찾아가서 위로해주고 돌봐줄 텐데, 오히려 목자를 휘두르는 잘난 양들이 너무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들 때문에 기뻐하듯이, 목자들도 잃은 양을 되찾고 기뻐합니다. 그런 기쁨을 주시면 안 될까요?


손용환 신부(원주교구·안식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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