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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 겸손에 구원이 달렸다/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10. 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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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689) 겸손에 구원이 달렸다/ 손용환 신부

연중 제22주일 (루카 14, 1.7-14) : 겸손 천국 거만 지옥
발행일 : 2010-08-29 [제2711호, 10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내가 남보다 낫길 원합니다. ‘내가 남과 같다. 남과 다를 게 없다. 평범하다.’고 생각되면 왠지 슬퍼집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라도 돋보이려고 합니다. 용모로, 지식으로, 재산으로, 높은 자리로, 명성으로, 실력으로, 재주로, 언변으로 뭐든지 남보다 돋보이려고 합니다. 남들보다 나은 게 있어야 자기만족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무엇인가 되려고 하고, 남을 다스리려고 하고,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합니다. 이런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인간이 윗자리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마음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한다거나, 남보다 알아주지 않는다거나, 윗자리를 권해주지 않는다면 섭섭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낮은 자리를 싫어하고, 남이 나를 떠받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나보다 못하고 낮은 사람이 있어야 희열을 느끼고, 나보다 잘하고 높은 사람만 있으면 거북해합니다. 이런 인간적인 심리가 늘 작용하기 때문에 갈등과 싸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려거든 최저의 자리로 내려가라고 역설적으로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하고(마르코 9,35),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마태오 20,27),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사람이다.”(루카 9,48)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그분은 왜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라고 하셨을까요? 왜 본능을 거슬러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을까요? 하느님께서는 마음이 교만한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겸손한 이를 끌어올리시기 때문입니다. 부유한 자를 빈손으로 보내시고, 주리는 이를 은혜로 채워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어야합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은총을 더 받습니다. 정녕 하느님의 권능은 크시고,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만한 자의 재난에는 약이 없습니다.(집회서 3,28) 거만한 자의 마음속에는 악의 잡초가 뿌리내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겸손하게 살기란 참 힘듭니다. 겸손은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겸손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구원도 없습니다. 그래서 구원받기 위해서는 겸손을 위한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가난한 이들의 초대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낮은 자가 되라고 하시며 우리에게 덧붙여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그러면 그들도 다시 너를 초대하여 네가 보답을 받게 된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루카 14,12-14)

우리 주변에 부유한 이웃만 가득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도 점점 더 거만해집니다. 거만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재난만이 기다립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할 때 우리도 겸손해집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보답이 기다립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사는 선교사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장애인들과 함께 지내는 봉사자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다리 저는 이를 부축해주는 사람을 생각해 보십시오. 눈먼 이들의 길잡이를 생각해 보십시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할 것입니다. 그것이 천국입니다. 그러나 부유한 사람들만 모이는 특별한 잔치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의 위선 때문에 화가 날 것입니다. 그것이 지옥입니다.

오늘은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4,11)고 하신 그분의 말씀을 꼭 집어서 묵상해봅시다. 겸손한 사람들만 모인 곳이 천국이고, 교만한 사람들만 모인 곳이 지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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