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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 낙심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 /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10. 2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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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695) 낙심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 / 손용환 신부

연중 제29주일 (루카 18, 1-8) : 손을 들었다
발행일 : 2010-10-17 [제2717호, 10면]

아말렉족과의 전투, 니콜라 푸생 作.
‘손을 들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동의하다’는 의미와 ‘항복하다’는 의미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신기하게도 ‘손을 들다’로 이어집니다. 모세는 손을 들어 기도하여 아말렉족과 싸워 이겼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티모테오에게 손을 들어 주어 사목자로 인정해주었습니다. 불의한 재판관은 귀찮게 졸라대는 과부에게 손을 들어 주어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었습니다.

17세기 프랑스 최고의 화가이며, 근대회화의 시조인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은 고전주의 화가답게 ‘아말렉족과의 전투’를 성경 말씀대로 그렸습니다. 아말렉족과 이스라엘이 싸움을 벌였습니다. 여호수아는 백마를 타고 이스라엘 장정들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멀리 보이는 언덕 꼭대기에 모세와 아론과 후르가 있습니다. 모세는 가운데에서 손을 들고 있고, 아론과 후르는 양 옆에서 손을 받쳐 주고 있습니다.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우세하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우세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손을 들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여호수아는 아말렉과 그의 백성을 칼로 무찔렀다.”(탈출기 17,13) 모세가 하느님께 온종일 손을 드니, 그분께서도 모세에게 손을 들어주셨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오로도 티모테오를 사목자로 인정하며 두 가지를 엄숙히 지시합니다. 첫 번째는 성경을 배우고 익혀서 지키라는 것입니다. “성경은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구원을 얻는 지혜를 그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 성경은 전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으로, 가르치고 꾸짖고 바로잡고 의롭게 살도록 교육하는 데에 유익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람이 온갖 선행을 할 능력을 갖춘 유능한 사람이 되게 해 줍니다.”(2티모테오 3,15-17)

두 번째는 말씀을 선포하라는 것입니다.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 끈기를 다하여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타이르고 꾸짖고 격려하십시오.”(2티모테오 4,2) 이렇게 성경을 꾸준히 익히고, 말씀을 끈기 있게 선포하면 하느님께서 그에게 손을 들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씀을 꾸준히 끈기 있게 선포하면 들어주듯이, 낙심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도하면 그 기도도 들어주신다는 것입니다. 마치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 재판관이 귀찮게 졸라대는 과부의 청을 들어주었듯이 말입니다.

주님께서 이르셨습니다. “이 불의한 재판관이 하는 말을 새겨들어라.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루카 18,6-8) 그러니 우리도 주님께서 손을 들어 주실 때까지 꾸준히 끈기 있게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러나 그 기도가 올바른 기도여야 된다는 건 알아두셔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올바른 판결만 내리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분의 마지막 말씀이 마음에 걸립니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루카 18,8) 결국, 올바른 기도를 끈기 있게 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어서 올바른 기도는 무엇입니까? 구원을 위한 기도입니다. 나의 구원과 세상의 구원을 위한 기도가 올바른 기도입니다. 우리가 올바른 기도를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두고 미적거리시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가 올바른 기도를 이루기 위해서는 세상 것을 다 포기하겠다며 하느님께 두 손을 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날이 언제 오겠습니까?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는 가능할까요? 아니면 우리가 두 눈을 영원히 감을 때에는 가능할까요?

우리가 하느님께 두 손을 들어야 그분도 우리에게 손을 들어주신다는 것을 꼭 좀 기억합시다. 우리가 그분께 “하느님, 제가 졌습니다.”라고 진심으로 고백해야, 그분께서 우리에게 “아니다. 네가 이겼다.”라고 말씀하신다는 것을 꼭 좀 기억합시다.


손용환 신부(원주교구·안식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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