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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 맡겨진 사람들 위해 사는게 회개/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12. 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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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02) 맡겨진 사람들 위해 사는게 회개/ 손용환 신부

대림 제2주일 (마태오 3, 1-12) : 요한의 리더십

리더는 이끄는 사람이고, 대중은 따르는 사람입니다. 리더는 어렵고 힘든 일을 스스로 짊어지는 사람이고, 대중은 쉽고 편한 길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리더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를 따랐고, 어렵고 힘든 길을 스스로 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요한은 어떤 리더였을까요?

첫째, 요한은 희생의 삶을 산 리더였습니다. “요한은 낙타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둘렀다. 그의 음식은 메뚜기와 들꿀이었다.”(마태오 3,4)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광야에서 살았습니다. 광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동물의 가죽을 옷으로 입었고, 광야의 거친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했습니다. 그는 오직 하느님만을 위한 삶을 살았습니다.

둘째, 요한은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였습니다. 요한은 많은 바리사이와 사두가이가 자기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독사의 자식들아, 다가오는 진노를 피하라고 누가 너희에게 일러 주더냐?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진다.”(마태오 3,7∼8. 10) 그 당시에 도덕적인 리더는 누구입니까? 종교지도자인 바리사이들입니다. 그 당시에 경제적인 리더는 누구입니까? 정치 지도자인 사두가이들입니다. 그런데 요한은 그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말하고,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가르칩니다. 그는 인기와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직 자기 소명에만 열정을 보였습니다.

셋째, 요한은 겸손한 리더였습니다. 요한은 말했습니다. “나는 너희를 회개시키려고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시다. 나는 그분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마태오 3,11) 그의 소명은 주님의 길을 곧게 닦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기를 스스로 낮추어 그분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조차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기는 점점 작아져야 하고, 그분은 점점 커져야 한다며 물러설 줄 알았습니다. 그는 오직 뒤에 오시는 분을 위해 살았습니다.

그렇다면 세례자 요한은 리더로서 행복했을까요? 광야의 거친 삶이 좋았을까요? 사람들에게 달콤한 말이 아닌 독설로 설교하는 것이 좋았을까요? 자기를 낮추고 예수님을 들어 올리는 게 좋았을까요? 세속적으로 보면 아닙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눈으로 보면 다릅니다.

저도 가끔씩 리더로서 행복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돌이켜보면 다른 것은 몰라도 저는 참 많은 일을 하고 살았습니다. 그렇다면 일만 하면서 사는 게 좋았을까요? 사람들에게 행복한 모습이 아닌 힘들고 지친 모습을 보이는 게 좋았을까요? 내가 아니라 교회를 위해 참아내는 것이 좋았을까요? 저의 입장에서 보면 아닙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눈으로 보면 다르겠지요.

그래서 리더는 고독합니다. 그러나 리더는 고독한 만큼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크든 작든 모두가 리더입니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리더입니까? 요한은 예수님이란 열매를 맺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믿는 우리라는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열매로 맺어야 합니다. 요한이 말했습니다. “알곡은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실 것이다.”(마태오 3,12)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를 받아들이면 알곡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를 버리면 쭉정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알곡은 남고, 쭉정이는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우리가 어떤 리더인지 돌이켜볼 때입니다. 우리가 리더로서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지 살펴볼 때입니다. 우리는 요한의 리더십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희생과 소명과 겸손으로 산 요한의 리더십을 익혀야 할 때입니다. 이것이 회개이고, 이것이 하늘 나라의 초대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선포했습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오 3,2) 자기보다도 자기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생각하며 사는 것이 회개입니다. 그들에게는 하늘 나라가 가까이 있습니다.


손용환 신부 (원주교구 안식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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