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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 주님의 새벽기도/ 장재봉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2. 2. 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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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59) 주님의 새벽기도/ 장재봉 신부

연중 제5주일(마르코 1, 29-39) 하느님의 뜻


그 새벽, 주님께서는 무엇을 기도하셨을까요? 종일, 문이 닳도록 찾아드는 수많은 사람들, 갖은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일일이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주님의 몸은 녹초가 되었을 것입니다. 더욱이 주님의 병자치유 방법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일일이 안수하시고 손수 그들을 일으켜 주는 섬세한 작업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주님의 고단함을 선명히 느끼게 됩니다. 새벽, "아직 깜깜할 때" 지친 몸을 일으켜 외딴 곳에서 홀로 기도하게 했던 그 간절한 원의가 무엇이었을까요. 하늘의 아버지께 무릎을 꿇고 간절히 구하신 예수님의 기도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궁금한 마음 한쪽, "오늘은 더 많은 기적을 일으키게 해 달라"거나 "오늘은 어제보다 덜 피곤한 날이 되게 해 달라"는 따위를 간청하지는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싶습니다. 아마도 오늘 복음과 독서 말씀에서 감을 잡고 뜻을 캐낼 수 있지 않을까요?

욥은 하느님을 향한 믿음이 온전했던 의인이었습니다. 그가 당한 억울한 사연이나 끝내 그분께서 열배의 축복으로 갚아주신 일들은 익히 알려진 성경의 고전입니다. 이때문에 우리는 욥의 이야기를 은총의 답안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더욱 욥이 자신의 믿음을 당당하고 의연하게 지켜내지 못하고 친구들의 헛된 입쌀에 마음이 휘둘려서 "인생이 고역"이라고, "더 이상 행복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희망도 없다"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보통사람으로 전락해버린 일을 안타까워합니다. 또한 주님의 뜻과는 전혀 동떨어진 채, 세상에서 '한 건' 올린 일에만 신이 난 제자들의 모습,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라며 흥분하는 제자들의 들뜬 모양새를 딱하게 여깁니다.

옳습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마음이 그날 주님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주님의 새벽기도의 주제는 여태껏, 덜렁덜렁 주님 뒤를 쫓아 다니며 구경꾼 노릇만 하는 철없는 제자들의 믿음이 욥처럼 강해지기를 원하셨을 것이라 짚어집니다. "복음을 위하여"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는 참 '자유인'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청하신 것이라 짐작하게 됩니다.

하느님은 "당신 능력으로 땅을 만드시고 당신 지혜로 세상을 세우셨으며 당신 예지로 하늘을 펼쳐 놓으신"(예레 10,12) 만유의 주님이십니다. 우리는 그분의 자녀이기에 대단한 그분의 뜻을 알고 그분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분의 안색을 살필 수 있습니다. 행여 그분의 것이 아닌 것을 선택할 때, 잠깐 그분의 뜻이 아닌 것에 한 눈을 팔 때, 우리 영혼에 한기를 느끼게 되는 이유라 믿습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믿음의 모습은 경직된 복종이 아닙니다. 주님과 세상을 오락가락하며 혼돈스러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뜻에 마음을 모아 생각과 행위와 말을 정리 정돈시켜 단정하게 살아가는 일입니다. 혹여 미사에 참례하는 마음이 계명에 얽혀 성사를 피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면, 오늘 주님께서는 잠을 설치실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서로를 판단하고 서로를 질시하는 모습이 그분을 통곡하게 할 것입니다.

그날 예수님께서는 "아직 캄캄한 새벽" 외딴 곳에서 하느님의 뜻을 위하여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오늘 새벽에도 어김없이 이 세상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해 주셨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우리들이 그분의 뜻을 헤아려 살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청하셨을 것입니다.

이른 새벽, 그분 기도에 힘을 보탰습니다. 모든 교우들이 세상의 좋은 표현에 혹하는 일이 없기를 청했습니다. 세상의 매력적인 문장에 꼬드김 당하지 않는 지혜인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세상에 만연한 폭력의 언어에 동조하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보호해주시기를 기도드렸습니다. 이제부터는 그분의 뜻을 내 생각대로 편집하는 죄에서 해방되기를 소원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믿음의 경지에 도달하기를 청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복음이 아닌 세상논리에 휩쓸리는 탓에 주님께서 피땀을 흘려 기도하는 기막힌 일이 없기를 소원했습니다. 하여 그분께서 터억, 마음 놓고 단잠을 주무시게 되기를 진심으로 원했습니다. 그분께서 매일 매일 올려주시는 새벽기도 덕분에 우리들이 욥이 몰랐던 참 지혜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잠든 시간, 홀로 깨어 기도하시는 그분 사랑에 큰 찬미 올립니다.


장재봉 신부 (부산교구 활천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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