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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 ‘성인’되기, 어렵지 않아요 / 장재봉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2. 6. 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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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79) ‘성인’되기, 어렵지 않아요 / 장재봉 신부


오늘 독서와 복음이 전하는 막강한 인물들의 삶을 생각하면 지레 주눅이 듭니다. “어찌 그리 잘도 살았나?” 싶어 샘도 나지만 “주님의 사랑을 흠뻑 받았으니 그랬을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짱짱한 삶도, 세례자 요한의 넘볼 수 없는 미덕과 언행도 모두 남다른 은총의 결과임을 알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흔히 특별하고 특출한 성인들은 죄다, 그분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했던 인물들은 모조리 ‘예외적인 인간별종’으로 생각해 버립니다. 감히 그런 삶을 살아낼 꿈도 꾸지 않을뿐더러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적당히 살아갑니다. 심지어 그분의 말씀을 뭉개어 섞으며 세상에 야합하고 얽혀들기를 마다지 않습니다. 그 결과 “예수 믿는다면서도 어째서 우리와 도무지 다른 게 없느냐?”는 세상의 질타를 듣는 일마저도 숱합니다.

그리 살피니 “성인은 아무나 되나! 나 같이 시시한 존재가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말은 그리스도인의 언어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언감생심, 그리 특별한 존재가 되는 걸 바랄 수는 없다”고 포기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비하라는 점을 절감하게 됩니다. 잘라 말해서 그분 자녀로서의 품위 있는 삶을 살아내려 고민하지도 노력하지도 않는 모습이기에 그분의 기대치를 저버리는 몹쓸 행위란 결론을 얻습니다.

그런데 이리 초라하게 전락해 버린 처지, 자긍심을 잃고 자존감마저 팽개친 꾀죄죄한 우리를 벌떡 정신 차리게 할 성경구절이 눈에 띄었습니다.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습니다”(에페 1,4-5). 우리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그분의 은총으로 성화된 존재라는 겁니다. 우리에게도 이사야 예언자 못지않은 은총이 부어졌으며 세례자 요한에게처럼 은총이 채워졌다는 겁니다. 엄청난 믿음을 살아낸 신앙의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그분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큰 그릇으로 빚어주셨다는 겁니다. 벅찬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독서와 복음의 주인공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대입시켜 묵상해 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사야도 다윗도 아브라함도 바오로 사도도 세례자 요한도 모두 우리와 똑같은 ‘은총의 사람’이라는 점에 마음 모아 묵상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우리는 모두 그분의 ‘말씀’입니다. 살아있는 ‘성경책’인 셈입니다. 더욱이 내 안에 그분을 모시고 다니는 살아있는 ‘감실’이며 그분을 밝히는 ‘빛’이며 ‘생명’이며 ‘길’이기도 합니다. 어느 것 하나, 우리 능력으로 된 것은 없습니다. 오로지 “나는 내 이름 때문에 노여움을 참고 (…) 나 자신 때문에 내가 이 일을 하는데 어찌 내 이름이 더럽혀질 수 있겠느냐?”(이사 48,9-11)라고 다짐하시며 베풀어주신 그분의 자존심 덕분입니다. 택하신 모든 이들을 위해서 먼저 나서서 단단히 챙겨 주시는 주님 덕분입니다. 이때문에 은혜이며 은총입니다.

세상이 혼돈스럽습니다. 이렇듯 시대가 험하기에 더욱 그분께서는 “제가 있지 않습니까?”(이사 6,8)라고 나서는 복음인을 필요로 하십니다. 사랑이 메마른 세상이라서 더더욱, “기쁜 소식”을 전할 복음인을 애끓여 찾으십니다. 그분의 뜻은 혼탁한 세상 탓에 좌지우지되거나 꺾이거나 썩어지거나 할 수 없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예수 믿는 사람들에게 ‘남 다른’ 삶을 기대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차별화’된 삶을 통해서 하느님을 확신하고 싶다는 고백이 아닐까요? 모두 이사야 예언자와 세례자 요한처럼 당당할 때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라며 세상이 그분을 경외하도록 일깨울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이제, 성인들을 부러워하는 수준의 대열에서 벗어나면 어떨까요? 감히 성인들의 삶에 도전하고 쟁취하는 은총의 주역이 되는 건 어떨까요? 주님께서는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 태중에서 나오기 전에 내가 너를 성별하였다. 민족들의 예언자로 내가 너를 세웠다”(예레 1,5)라는 말씀으로 우리를 다독여주십니다. 온 세상을 향해서 “권리는 나의 주님께 있고, 내 보상은 나의 하느님께 있다”고 당당히 밝히는 새 삶을 살으라고 격려하십니다. 성인의 삶으로 도약하는 힘, 그분께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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