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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 주님, 믿음의 근력을 키워주세요 / 장재봉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2. 7. 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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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 주님, 믿음의 근력을 키워주세요 / 장재봉 신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마태오 10,17-22) 믿음으로 의롭게 된 사람
발행일 : 2012-07-08 [제2803호, 18면]

오늘은 한국교회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대축일입니다. 그분의 숭고한 얼을 기리며 그 무엇으로 ‘순교’의 삶을 살아낼 수 있었는지, 어떻게 ‘순교’까지도 감당할 수 있었는지를 가르침 받습니다. 신부님께도 목숨은 천만금을 주고도 되살 수 없는 귀한 것이고 한 번 가면 다시 못 올 세상이 아쉽지 않았을 리 만무합니다. 신부님을 향했던 권력과 출세의 유혹이 컸던 만큼 일단 순교를 피하고 목숨을 아껴 더 오래 복음을 선포하는 쪽이 허약한 조선교회를 위해서 바람직할 것이란 번민도 깊었을 터입니다. 묵상할수록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진리의 길을 따랐던 신부님의 무조건적 신앙 비법과 희망의 비결을 배우고 싶어집니다.

열다섯 살 소년 김대건의 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 같습니다. 이때문에 저는 “순교자 집안에 태어나 순교자의 신앙을 이어받아 자신도 순교자가 된” 인물로 속단되는 걸 거부합니다.

박해가 한창이던 당시, 마카오 신학교를 향했던 ‘뚜벅이’ 여정은 말 그대로 고행이었습니다. 수만리를 두 발로 걸었던 길이 어찌나 험하고 고생스러웠는지 동기 최방제는 여독에 지쳐 사망하고 말았다니, 구구한 설명을 덧댈 필요가 없습니다. 먹을 것도 입을 옷도 마땅찮은 상태에서 짚신을 신고 눈보라를 헤쳐 나갔다니, 이미 생명을 내 놓았던 순교라 싶습니다.

반년 만에 그들이 마카오 신학교에 도착했을 때, 신학교 교장이 통곡을 했다는데요. 그 행색이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상거지 꼴이라 그러했답니다. 그날 세 소년의 생고생에 주님께서도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어 질끈 눈을 감았을 것만 같습니다. (총총) 이후 사제가 된 김대건은 두 사람 정도 눕기도 빡빡한 조각배, 라파엘호를 타고 충청도 강경 나바위에 도착했다니, 신부님의 천국을 위한 행로는 오로지 하느님의 도우심과 섭리를 향해 똘똘 뭉쳐 굴러간 돌멩이 신앙이라 생각됩니다. (또 총총) 나이 26세, 형장에서 당신의 목을 칠 망나니들에게마저 “너희들도 천주교인이 되어 내가 있을 곳에 오도록 하라”는 선교의 말씀을 남기셨다니, 신부님 믿음의 튼튼한 근력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첫 제자 파견에 앞서 “양들을 이리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고 말씀하십니다. 한마디로 제자들을 파견하는 일이 물가에 아이를 내어 놓는 것처럼 불안하고 염려된다는 고백이신데요.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에 제자들은 더 겁에 질렸을 것만 같습니다.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라는 혹독한 말씀에다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갖은 수모를 겪을 것이라는 끔찍한 말씀을 덧달고, 형제와 부모와 자식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라는 대책 없는 말씀까지 하시니, 제자들의 오금이 저렸을 게 분명하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주저 없이 나선 “열두 사람”의 배짱이 참 대단합니다.

이때문에 오늘 바오로 사도의 “믿음으로 의롭게 된” 사람만이 주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 환난을 당하는 일마저도 그리스도인에게는 자랑이라는 표현에 수긍합니다. 우리 앞을 가로막는 힘든 고난과 역경 속에는 꼭,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시는 성령께서 함께하시니까요.

청년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과연 성령의 도우심에 힘입어 성령께서 일러주신 말씀만을 받아 전했던 진리의 증인이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주님을 믿는 믿음의 ‘순결’을 따르려고 온 것을 성령께 맡겨드리는 지혜로써 갖은 유혹과 회유를 단호히 뿌리치고 수많은 배교의 함정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라 헤아립니다.

순교는 부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믿고 희망하는 사람에게만 가능합니다. “복음 말씀을 굳게 지킨다면 (…) 이 복음으로 구원을 받습니다”(1코린 15,2)라는 말씀을 믿어 의심치 않는 순수한 영혼만이 거친 환란에 침잠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 김대건 사제께서는 간곡히 전구하실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믿음의 근력을 튼튼히 키워, 희망과 사랑의 삶을 살아내도록 응원하실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환란 속에서도 은혜를 보는 영안을 갖게 되기를 청하실 줄 믿습니다.

우리에게 이토록 든든한 믿음의 선조를 선물하신 주님께 찬미 바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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