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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6) 우리 모두의 빵입니다 / 장재봉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2. 9. 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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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86) 우리 모두의 빵입니다 / 장재봉 신부

연중 제20주일(요한 6,51-58) 복음 선포는 그리스도인의 사명
발행일 : 2012-08-19 [제2808호, 18면]

 

오늘 주님께서는 “생명의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선포하십니다. 인간의 지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진리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생명의 빵을 받아먹어 영생하는 일이야말로 세상의 가장 큰 기적입니다.

그 약속을 믿고 그분께 생명의 빵을 받아먹은 그리스도인은 땅의 것을 벗은 하느님의 존재로 거듭납니다. 그분의 몸과 그분의 피로 새로워진 그리스도인들에게 업그레이드된 멋진 인생을 살 것을 요구하시는 이유입니다.

인간은 혼자 힘으로 그분을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홀로 진리이신 그분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분을 알고 그분을 깨닫고 그분을 만날 수 있는 은혜는 오직 그분께서 보내주신 성령, 그분께서 겪으신 십자가의 길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성령을 받은 우리들에게 선교의 의무가 주어졌습니다.

복음 선포는 그리스도인들이 무조건 수행해야 하는 사명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죽음의 수렁에 빠져 혼돈하는 이웃들에게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라고 우리를 선택하셨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삶이 실망스런 이에게도 나를 괴롭히는 사람에게도 도무지 복음의 씨알이 먹혀들지 않을 듯한 피폐한 영혼에도 주저 없이 다가가 생명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이들은 주님의 말씀으로 고침 받고 주님의 능력으로 되살아나며 부활할 수 있는 천국 가족의 후보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복음은 그분의 마음입니다.

그분의 사랑이 빚어낸 열매입니다. 이 때문에 내 판단에 따라 차별하고 구별 짓고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분의 빵으로 배만 불리려는 이기적인 마음 안에는 그분께서 결코 함께 하지 못하신다는 사실을 오늘 복음이 강력히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그분의 생명을 독차지하려는 욕심을 그분께서는 결단코 거부하신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하느님의 꿈은 당신의 생명력을 부여함으로써 온 세상을 살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교회의 면면을 살필 때, 성령을 따르지 않고 그분의 사랑을 닮지 않은 모습들이 허다합니다. 가슴 아픈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어느 신자가 보내온 글입니다.

“조배실에는 회원만 출입할 수 있나요? 조배실 앞에 비회원의 출입을 금한다는 인쇄물이 붙어 있어서 너무 놀랐습니다”라고 적혀 있더군요. 처음엔 질문자가 뭔가를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참 별 희한한 경우가 다 있네” 싶은 마음이었고 이내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아마도 ‘열린 조배실’에서 ‘사고’가 발생했던 탓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조배실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는 조처를 했을 듯도 합니다. 아니면 ‘들락대는’ 초보 조배자들이 기도 분위기를 망쳐 놓는 통에 ‘숭고하고 엄숙한’ 조배실을 꾸미기 어려워 결정된 일일 것도 같았습니다. 어쩌면 ‘들락대는’ 비회원들의 산만한 모습이 그분을 피곤하게 한다는 ‘거룩한’ 어림짐작의 결단일 지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아무려나 그 조배실에서 ‘오직’ 회원만을 배알하고 계신 주님 마음을 생각해 보셨는지 묻겠습니다. 그분께서 단 몇몇 사람을 위해서 온종일을, 스물네 시간을 내내, 조배실에서 ‘성체’로 머물러 계시겠냐고 따지고 싶습니다. 성체, 그분의 몸을 대하는 우리 마음이 이렇게 옹졸하니, 예수님이 얼마나 속상할지요. 주님을 흠숭하고 찬미하는 조배실에서마저 누구를 차별하고 누군가를 구별하며 가림막 안에 가려 놓고 있다니, 예수님이 얼마나 슬프실지요.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는 세상의 것들에 대한 주님의 가르침은 뚜렷합니다. 주님께서는 먼저 복음적이지 못한 인간의 가치관을 모두 “허물어라. 내가 다시 세우겠다”라고 단호히 말씀하십니다. 완고한 생각, 편견, 아집 … ‘나만 옳다’는 그릇된 마음을 허물라는 당부이십니다. 사랑, 포용, 이해와 화합으로만 그분의 것을 누릴 수 있다는 고백이십니다. 그분을 따라, 그분처럼 행복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그분의 몸을 모십니다. 그분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그분을 모십니다. 그럼에도 그분께서 원하시는 참사랑과 참지혜를 외면한다면 ‘꽝’입니다. 부질없습니다. 하느님의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꺾고 그분의 뜻만 따르는 것이 최고입니다. 그분을 흠숭하고 찬미 드리는 ‘조배실’은 주님의 감옥이 아닙니다. 활짝 열어두어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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